12/11 Persepolis & Necropolis (Naqsh-e Rostam)

버스가 쉬라즈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스프링처럼 우리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스에서 내렸다. 온 몸이 굳어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타브리즈에서 이곳까지 20시간+ 오루미예에서 타브리즈까지 2시간 반. 거의 하루를 꼬박 버스를 탔다. 버스 정류장은 시내 한 복판은 아닌듯 했고 택시를 타러 가니 한 삐끼가 영어를 하고 있었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적은 이란에서 의사소통이 된다는 것은 고맙지만 그만큼 언어프리미엄이 붙어 가격은 올라가니 피하고 싶었지만 워낙 택시 싼 이란이었고 피곤했던지라 그분께 몸을 맡기니 모든게 편했다.
어제 전화해뒀었던 호텔 이름을 대니 25000리알 달라는 것을 살짝 애교로 깎아 20000리알을 내고 10분정도 타고 갔다. 오루미예에서의 경험으로 보건데 1만에서 만5천리알이면 충분하겠지만..

10분정도 타고 갔더니 우리가 있을 Anvari 호텔이 나왔다. 론리플래넷에서는 15불 정도로 저가에 나왔으나 이곳의 인플레이션이 그렇듯 35불이 되어 있는 이 호텔은 그래도 평이 좋은 만큼 친절했다. 30불에 일박을 하기로 하고 방에 올라가니 오루미예 호텔같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화장실이 쭈그리는 용이었다. 책에 의하면 3스타 호텔에서도 화장실이 서양식이 아닐수 있다 하더니만 이곳 역시 그랬다. 혹시 웨스턴스타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있긴 한데 침대가 한 개는 정상이지만 한 개는 소파베드라길래 괜찮다고 그 방으로 바꿨다. 하지만 소파베드는 말이 좋아 소파베드지 3중으로 펴면 누울수 있는 스폰지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변기도 넓직하니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이방을 택했다. 

짐을 풀고 다시 밑에 리셉션에 내려가 페르세폴리스 가는 것을 알아봤다. 책에 의하면 대중교통으론 가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여 택시 가격을 알아보니 영어를 할줄 아는 택시가 쉬라즈의 메인 볼거리인 페르세폴리스와 네크로폴리스에 한 개를 더 껴서 3군데를 가는 서비스가 3시간정도 걸리는데 350000리알이었다. 3만5천원이면 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늘 하루밖에 우린 시간이 없었고 해서 11시까지 오도록 예약을 부탁했다. 물어보는 김에 내일 이스파한 갈 버스도 물어보니, 제일 좋다는 버스 회사에 전화를 해서 터키와 같은 방식으로 호텔 이름을 대고 예약을 해줘 내일 그냥 타러 가면 되게 해줬다. 터키나 이란이나 이렇게 호텔에서 전화로 버스를 예약해주는 시스템은 상당히 편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투어를 가기까지 두어시간이 있어 쓰러져 잤다. 하지만 피로는 잘 풀리지 않는게 늙은게 확실했다.
우리를 태우러 온 차는 이란의 국민차라는 기아 프라이드였다. 기아 프라이드는 Saba라는 이란 국영차로도 조립을 해서 파는데 아직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길에 엄청보였다.

기사아저씨는 영어가 완전 유창했고 관광지까지 가는 4-50분 정도의 길 동안 이것저것 설명을 자세히 해주는게 참 많이 준비가 되어보였다. 관광지와 관련된 설명 뺴고 가장 흥미로운 얘기는 이란 국민의 95%이상이 무슬림이라고는 하지만 상당수가 다른 종교나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그냥 편의상 무슬림이라고 한다는 점과 기름값이 보통은 3-400원이고 택시들은 150원 정도에 넣는다는 것이었다. 오만도 싸다고 생각했지만 이란은 상상초월할 가격이었다. 하지만 질은 그만큼 나쁘다 하였다.

쉬라즈라는 도시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같은 이름의 와인때문일거다. 같은 이름이 우연이 아니게 쉬라즈 와인의 origin이 바로 이 도시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쉬라즈에서는 쉬라즈 와인을 마실수 없다. 이란의 혁명 이후 모든 주류가 금지되었고 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UAE같은 나라는 외국인들은 호텔에서는 마실수 있도록 해주지만 이란은 외국인들의 그런 편의는 봐 주지 않는다. 외국인들과 자국민들의 비차별성이 좋은 점도 있는데 그건 바로 관광지 입장료였다. 그 어떤 유명한 관광지라도 외국인 자국민 할 것 없이 모두 5000리알, 약500원 정도이니 외국인이라도 몇십배에서 몇백배 더 받아먹는 많은 중동국가나 인도 같은 곳에 비하면 말도 안될 정도로 큰 혜택이었다.

처음에 들른 네크로폴리스는 페르시아 초기의 다리우스 왕들과 그의 아들들의 무덤이라는데 폴리스가 붙을 만큼 도시 같은 규모는 아니고 커다란 무덤이 세개 있었다.
그 앞에는 왕들의 업적이 담겨 있는듯한 벽화 같은 조각이 있었는데 돌산에 깍여 있는 무덤들이 매우 웅장했다. 네크로폴리스에서 5분 거리에 있던 다음 관광지는 무덤앞에 있던 벽화 같은 조각이 있는 골짜기였는데 큰 의미는 모르겠고 위치가 네크로폴리스와 페르세폴리스 사이에 있어 들른 곳 같았다.
이곳까지 들른 후 드디어 이란 유적의 핵이라는 페르세폴리스를 갔다. 이란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이었던 페르세폴리스를 가 본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10분정도 차를 타고 간 페르세폴리스 역시 입장료는 500원, 균일가 입장료 너무 좋다.
페르세폴리스 유적은 인도나 중동의 로마 유적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그 오래된 유적들이 이렇게 넓게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모든 조각들의 정교함은 실로 대단했는데, 특히 중요 문이었던 곳의 4마리의 말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집트와의 문화적인 교류가 있었는지 어딘지 모르게 이집트 같은 모습의 사람들의 옆 모습도 보였다.
이란이 정말 외국인들이 없는게 이런 대단한 유적에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한 서양부부가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해서 이것저것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들은 캐나다인들이었다. 자기 골프 코치가 한국인이라는 아저씨는 상당히 유쾌한 분으로 한달간 이란을 돌고 있다며 여기저기 좋은 곳들을 소개해줬다. 특히 이스파한에서 꼭 가보라고 한 식당을 강추해줬다.

유적지를 두어시간 돌고 다시 쉬라즈에 돌아왔는데 350000리알이 싸다고는 할수 없지만 운전수 아저씨의 유창하면서도 어느 선 이상으로 귀찮게 하지 않는 전문가다운 서비스와 깔끔한 운전이 우리의 쉬라즈 투어를 배로 만족스럽게 했다. 도시로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가 어떠냐고 묻는 식당들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줘 원래 가려고 했던 한 유목민 텐트 식당도 지금 기후에는 너무 춥다고 알려줘 헛걸음을 안 하게 해줬다.
호텔로 돌아오니 점심을 안 먹었지만 이미 시간은 어중간하게 3시정도 되어 간단히 근처에서 음식을 싸와 먹으려 나혼자 나갔는데 이란은 은근히 fast food의 천국이었다.
거리에는 어디에서나 우리가 터미널에서 먹었던 것 같은 살짝 정체불명의 패스트푸드 식당들을 볼수 있었는데, 메뉴는 이란어라 읽을수 없고 조리되지 않은 상태의 재료를 보고 고를수 밖에 없어 다양한 것을 먹어보기에는 제약이 따랐지만 핫도그 같은 것 하나와 소야 같은 것을 하나 사왔다. 쏘야를 넣은 샌드위치도 괜찮았고 특히 핫도그는 엄청난 사이즈의 소시지를 이나라 샌드위치에 다 들어가는듯한 야채등을 넣은건데 매우 맛났다.
간단하게 먹는다는게 엄청난 양에 배불리 먹게 되어 저녁 먹는데에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아 주말이라 상가가 대부분 문닫아 그닥 볼 것 없는 쉬라즈 동네를 걸어다녔다.
쉬라즈는 지금 지하철 공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이란에서는 작은 도시는 아니었는데 저녁이 되니 조명이 적어 상당히 어두워 살짝 무서웠다. 게다가 가게들까지 문 안 연곳들이 더 많아 더욱 그랬는데 우린 인터넷이라도 잠깐 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찾았으나 모두 문닫고 한군데 호텔에서 가능했으나 역시나 호텔이라고 꽤 비싸게 불러 그냥 나와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 갔다.
아까 페르세폴리스 갔다 오는 길에 아저씨가 일부러 우회해서 앞으로 지나가며 알려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찾아갔는데 근처에 재수좋게 인터넷 카페가 하나 열려 있었다. 왠지 이란의 인터넷카페는 인도급일 것 같았지만 컴퓨터는 모두 상당히 좋았다. 게다가 자리들은 모두 게임을 하고 현지 아이들로 꽉 찰 정도로 인기가 좋아 보였는데 가격도 한 시간에 7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인터넷을 한 시간 하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은 추천을 해줄만큼 분위기도 멋지고 손님들로 시끌벅적한게 맛집임이 한눈에 보였다.
Shater Abbas라는 이름의 케밥 전문 이란 전통 레스토랑인데 영어로도 메뉴가 적혀 있어 보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워낙 간단히 써있는 정도라 이것저것 고민하다 케밥 종류를 두가지 시켰는데 맛은 두말할것도 없이 너무나 맛 있었다. 은근히 음식을 가리는 달룡이에게는 무엇보다 안전한 치킨케밥을, 그리고 난 양고기 양념한 것을 시켰는데, 내 양고기는 당연 맛 있었고, 치킨 케밥같이 어디서나 맛 볼수 있는 메뉴가 다른곳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드럽고 juicy한게 최고였다. 숯불향도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케밥보다도 가득했다.
가격은 한사람당 8천원~1만원 정도로 꽤나 멋쟁이들이 식사를 하러 들어오는데 특히 여자들의 벗겨질 듯 대충 쓴 히잡들이 인상적이었다. 아까 아저씨가 말 해준 가짜 무슬림들이 저런 사람들이 아닐까.


버스터미널에서 호텔까지 타고간 택시. 이슬람여성은 택시운전같은것은 절대 안 할것 같은 우리의 착각이 깨졌다


좁지만 친절한 안바리 호텔의 프론트데스크

이건 싱글룸도 아니고 트윈룸도 아닌 황당한 구조, 하지만 toilet이 마음에 들어 있게 된 곳

페르세폴리스 투어를 가는 길 아름다운 쉬라즈 주변 풍경

먼저 들른 네크로폴리스. 죽은자들의 도시라기엔 그냥 3명의 초기 왕의 무덤
네크로폴리스에 있던 신전이라고도 했다는 정체불명의 타워

네크로폴리스와 페르세폴리스 사이에 있던 꼽사리 유적

드디어 저멀리 보이는 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게이트

바닥이 너무 운동장같아 와일드한 느낌이 살짝 떨어졌지만 그만큼 발굴 및 보존은 잘되고 있는 듯

페르세폴리스 뒷동산에 있는 다리우스 왕의 묘. 네크로폴리스와는 달리 무덤 안을 볼수 있었다

섬세한 조각들의 디테일

왠지 이란하면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고 투박할듯 하지만 화장실 사인등이 매우 귀엽다
이곳에선 낙타는 귀한지 사진찍기용으로 한마리가 와 있었다

투어를 다녀온 후 피곤한 심신을 2.25리터 콜라로 달래는 중. 이 큰 페트가 1000원

엄청난 사이즈의 핫도그


쉬라즈의 극장들. 영화를 좋아하는 이란인답게 현지 영화를 하고 있는 극장들이 매우 많았다.

최고의 케밥을 먹은 Shater Abb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