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 테헤란 바자 및 동네 구경

테헤란에서는 16일 비행기를 탈때까지 3일이 있었지만 별다른 예약을 해놓지는 않았다. 이스파한이나 쉬라즈에서 당일 전화해서 알아보니 방이 꽤 남아있엇고 또 새벽에 쳌크인을 해야하니 무작정 찾아가보기로 했다. 새벽 여섯시정도의 이른 아침에 테헤란에 떨어지기 때문에 전화도 안 해놓고 테헤란에서 가장 평이 좋았던 3스타급 호텔으가보기로 했다. 백업으로는 저렴한 곳으로 하나 알아뒀다.
우리가 타고 가는 테헤란행 기차는 도착 삼십분전부터 사람들을 깨우더니 침대시트까지 접어 다시 원위치로 가방안에 넣게 하고 내린 준비를 모두 마치게 했다. 새벽에 도착한 테헤란역은 이스파한역과는 너무나 대조되게 그냥 평범한 건물이었다. 기차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알아둔 escan 호텔로 갔다. 스리스타이지만 테헤란 시내에서 등급을 막론하고 평이 가장 좋았다. 평균가격이 80불이라니 공실이 많으면 삼박하는 조건으로 많이 후려칠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호텔로 무작정 찾아갔는데 당황스럽게 빈방은 전혀 없었다. 가격도 80불과는 거리가 먼 150불이라니 어차피 방이 있었어도 소용이 없었다. 테헤란이 호텔 수준에 비해 비싸단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비쌌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니 출장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를 버린 Escan 호텔에서 나와 주변에 보이는 몇개 호텔을 돌아봐도 다 백불이상이었고 할인은 꿈도 꿀수 없었다.
결국 백업으로 생각해뒀던 호텔을 찾아가려고 근처 보이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테헤란에 지하철이 있을거라는 것도 전혀 알지 못한 사실이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가격과 시설이었다. 세계 어디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을듯한 깨끗하고 청결한 지하철이 거리 상관없이 무조건 한번 탈때 1500리알로 우리나라돈 170원 정도였다. 지하철이 짧은 것도 아니고 노선도 4개나 되었으며 시내 대부분을 이어주고 있었다. 표를 사서 내려와 지하철을 기다리며 론리플래넷을 보다보니 이 역 근처에 가격대비 괜찮은 곳이 보여 전화를 해보니 책에 쓰여있는것보다 많이 오르지 않은 35불로 30불로 할인도 해줘 지하철타고 한 정거장 가서 내려 이곳을 찾아갔다. 하페즈 호텔이란 이곳은 위치나 시설 모두 제일 좋지는 않아도 가격을 감안하면 딱히 흠잡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게다가 이 새벽에 체크인을 하게 해주고 방도 남은게 이것밖에 없다며 트리플 룸에 부엌 공간까지 있는 넓직한 나름 스위트를 줬다. 물론 시설은 좀 후졌고 화장실에서 하수구 냄세는 심하게 올라왔으며 게다가 변기도 쭈그리는 용이었다. 
원래 알아뒀던 호텔은 책에는 15불이지만 전화해보니 30불이라고 할만큼 많이 올랐고 게다가 화장실도 공용이니 어쨋건 이곳이 더 나은듯 싶어 있게 되었다. 아침부터 짐을 끌고 여기저기 많이 걸어다녀 세시간 정도 잠을 보충한 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시내로 나갔다
테헤란은 특별한 유적이나 다른 관광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우선 테헤란의 바자를 구경가기로 했다. 중동도시 구경할때 거의 비슷비슷한 시장구경이 조금 식상하기도 했지만 우리 호텔에서 걸어서 이십분 정도 걸린다는 바자 가는 길에 시내구경도 할겸 가봤다.
확실히 테헤란은 이스파한이나 쉬라즈보다는 규모가 있는 대도시였지만 지나가다 보이는 가게들의 분위기나 품목은 쉬라즈나 이스파한과 비슷했다. 우리 호텔과 시장 중간쯤에 이만코메이니 광장이라는 우리나라 광화문같은 곳을 지나갔는데 그곳도 딱히 인상적인것은 없었다.
광장 지나 오분 정도 더 가니 시장이 나왔다. 그토록 지겹게 보아온 중동식 바자와 크게 다를 바는 없어보였다. 다만 엄청 규모가 크고 꼬여 있어 지붕아래로 한번 들어가니 우리도 찾아나올수가 없어 흘러가는대로 가다 이상한 곳으로 나와버렸다. 규모로는 지금까지 가본 바자중에 제일 큰 것 같았다. 바깥으로 나온 곳도 지붕만 없다 뿐이지 시장의 연속으로 어떻게 가다 보니 카페트 파는 곳들이 나왔다. 이게 그 유명한 페르시아 카페트구나 하면서 감탄하며 어차피 큰 것은 배송비도 비싸니 제껴두고 발깔이 두개를 샀다. 시장표라 대단한 무늬는 아닌듯 했지만 그래도 페르시아 카페트의 조각이라도 갖게 되었다고 신나서 그 무거운걸 말아들고 지하철까지 낑깅거리며 들고가서 호텔로 들고 왔다. 발깔이라고 해도 사이즈와 무게가 꽤 되어서 들고왔더니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호텔에서 땀도 식힐겸 조금 쉬다가 이란에서 가장 볼만한 박물관이라는 보석박물관을 갔다. 고맙게도 호텔에서 이백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은행 지하에 있어 간단히 갈수 있었는데 입장료는 3-4천원정도로 이나라에선 매우 비싼 입장료였다. 안에 들은 보석들의 가치가 상당하다며 박물관 전체가 은해의 지하 금고로 되어 있어 입장할때부터 카메라는 물론 핸드백까지 통째로 맡기고서야 들어갈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처음 보이는 금과 보석으로 만든 침대에 눈이 휘둥그래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처럼 일반적인 쥬얼리나 칼같은 간단한 소품들은 말도 못하게 많았지만 특이한것은 처음 본 침대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만든 보석의자 그리고 빨간 루비와 파란 루비로 만든 지구본이었다. 참 대단하다며 감탄을 연발했지만 대체 저런것들은 왜 그 비싼 보석으로 만들었는지 싶었다. 몇천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얼마어치인지 상상이 안가는 양의 보석들을 둘러보고 나왔다.     

보석들을 보고 호텔로 돌아갈까 하다가 테헤란에서 잘 사는 사람들은 북쪽에 모여 산다는 글을 읽은게 생각나 무조건 북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지하철로 갈수 있는 마지막 역에서 내리니 뒤로는 눈 덮힌 산이 보이는게 풍경이 꼭 스키장타운에 와 있는것 같은게 매우 색달랐다. 어디를 딱히 가려고 한게 아니라 그냥 이나라의 최신 잘사는 모습을 좀 보고 싶던 것이었고 즉흥적으로 온 것이라 검색이 부족해 동네 이름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고민을 하다가 무작정 대충 시내버스를 탔다. 시간이 이미 저녁시간이라 모두들 퇴근을 하는지 차는 엄청 막혔고 우린 20분정도를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대충 번화해 보이는 동네에 내렸다. 하지만 그곳은 환승만 많이 하는 곳인지 엄청 사람은 많았지만 쇼핑센터라던가 하는것은 보이지 않았다. 두어바퀴를 돌다 꽤나 깔끔하게 해놓은 이나라 패스트푸드점을 들어가 kfc와 피자헛을 재해석한듯한 메뉴를 시켜 먹었다.
이곳을 보니 확실히 이스파한이나 쉬라즈 같은 지방 동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가격도 치킨 몇조각에 피자를 먹었더니 12만리알 나오는게 확실히 비쌌다. 보아하니 이동네 아이들은 이런 곳에서 스타벅스겸 맥도날드겸 피자헛 겸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으로 줄이 서 있길래 보니 옥수수 찐것 같은것을 먹어 우리도 사 봤더니 옥수수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고 살짝 양념을 한 음식이었다. 살짝 느끼한게 뭔맛인지 모르겠으나 현지인들은 미친듯이 사먹었다.
밥을 먹으며 주문을 받던 언니가 영어를 좀 하길래 이근처에 쇼핑몰 같은 것은 있는지를 물어봤더니 100미터 안에 있는 곳을 알려줘 밥을 먹고 가봤다.

일반 쇼핑몰같은 규모는 아니고 20점포정도 되는 아파트 상가같은 사이즈였는데 그래도 꽤 잘 해놓고 서양식 카페도 이나라 와서 처음 봤다. 카페의 가격은 디저트하나가 4-5천원 하는게 외국가격 다 받았지만 자유로운 이란 여자들이 꽤나 좋아하는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까 패스트푸드점이나 여기나 여자들은 히잡을 거의 반 벗겨졌듯이 쓰고는 신나게 떠들고 있는게 우리가 들은 이슬람 여자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택시 운전도 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도 받고, 이슬람아닌 남자와는 떠들수도 없다고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완전 뻥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밤이 깊어 호텔로 돌아올때는 이곳에서 출발하는 서비스택시를 타니 5백원씩에 호텔에서 멀지 않은 지하철역에 내려줘 그곳에서 다시 150원내고 지하철 타고 돌아왔다.
우리가 무지했던만큼 놀라움이 컸던 이란 떠나기 d-2라는게 너무 아쉽다.

테헤란행 1등석 기차 내부. 1등석이라기엔 인도의 3등석같다 그래도 훨씬 깨끗

100원짜리처럼 생긴 이란의 100리알(10원이라 생각하면 됨) 동전.
암호해독표같던 시리아에 비하면 너무나 양반인 기차표

테헤란역

우리 떠나고 3일인가 지나고 고인이 된 이란의 정신적인 지주 아야톨라의 사진이 나부끼는 테헤란역


지하철이 있는것에 놀라고 지하역이 너무나 깨끗하고 첨단인것에 놀라고 150원정도하는 가격에 놀랐다. 유일한 불편한 점은 출구가 몇개안된다는것 말고는 가격대비 완전 세계 최고이다

테헤란의 시내 모습

어제맛을 못 잊어 또 먹게 된 닭날개케밥과 닭곱창 케밥

테헤란 바자 근처  

시장안에 들어서자마자 너트 가게가 있길래 믹스드 된걸로 한주머니 냉큼 샀다

이란에서 드디어 페르시아 카페트 한조각 건지고 너무나 좋아하는 달룡이..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짐 보낸지 세달이 되었는데 도중에서 실종되었다. ㅠㅠ

가격대비 비교적 넓고 나쁘지 않았던 하페즈 호텔 객실


지하철 타고 부촌인 테헤란 북부로

지하철역에서 나오니 펼쳐지는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우리가 찾던 동네를 딱히 찾기는 실패한것 같고 잘나가 보이는 UFO라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와 평안을 찾았다

이쪽동네 최고인기간식인 옥수수알을 프라이토핑 얹고 치즈 녹인 음식

머리 다 벗겨진 날라리 무슬림 언니들

좀 맛없던 피자. 돼지고기가 사뭇 그립다

이란와서 처음 본 서양식 카페. 이름은 아무래도 second cup의 표절같은 first cup


first cup이 있던 꽤 세련되어 보이는 쇼핑센터 비슷한 상가. 명품제품들도 많이 보였지만 현실은 보세천국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보게 된 상당히 좋은 광고 아이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