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6/10 상파울루를 떠나 부지오스(buzios)로 가는 버스

오늘 밤에는 상파울루를 떠나서 부지오스로 가기로 어제 버스표를 예매해뒀는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예전에 파리에서 내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고 그때 신용카드를 모두 분실한 적이 있었다. (http://www.minmay.com/158) 그때 분실한 카드 중 한 장은 마스터카드 본사로부터  비상용 응급 카드로 발급받아 영국으로 직접 배송받아서 잃어버린지 약 1주일만에 다시 받아 쓰고 있었는데 이게 cvv코드가 없어 남아공에서 렌트카를 빌릴 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게다가 3개월짜리 임시 카드라 어느덧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priority pass카드도 5월말로 만료되었기 때문에 새로 갱신된 카드도 받아야 했다. 같은 위치에서 며칠씩 있기도 어렵고 그걸 미리 예상하기도 어려워 상파울루에서 이걸 받고자 일부러 이곳을 3박을 계획한 것도 있었다. 한국에서 달룡이 언니가 카드를 받아 그것을 FedEx로 부쳐줬는데 생각외로 브라질 도착후 통관이 오래 걸려 그저께쯤 받으리라고 예상한 카드들이 아직도 오지 않았다. 한국 FedEx에서 남미로 신용카드 배달은 위험성이 높아 안된다 했던 것을 슬림 cd케이스에 넣어 cd처럼 해서 보낸 건데 만약 못 받는다면 호텔에 얘기를 해 놓고 나중에 다시 상파울루를 들러 받아가야 하는 매우 귀찮은 일이 생길수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떠나는 날인 오늘 아침 받을 수 있었다. 두번의 소매치기로 모두 잃어버린 시티뱅크의 글로벌 atm카드는 본인이 아니면 재발급 받을 수가 없어 우선 급한대로 달룡이네 언니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그 atm카드와 내 신용카드 한장, 프라이오리티 패스 카드 이렇게 총 3장의 카드가 cd케이스안에 무사히 들어있었다. 카드를 받으니 마음의 짐이 없어져 홀가분한 마음에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우체국에 들러 케냐부터 싸 들고 다닌 커피를 한국으로 부친 후 터미널로 향했다. 버스는 밤 10시반 출발이지만 밤에 짐을 찾으러 호텔까지 오는 것도 그렇고 밤에 짐을 들고 움직이는 것도 피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터미널에 보관소는 있을테니 그곳에 갖다 맡겨놓자는 것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우리 버스가 출발하는 Tiete 버스 터미널에는 일반 짐 보관소는 안 보였지만 다행히 코인 락커는 있었다. 사이즈도 제법 커서 우리 짐을 하나씩 두개 락커에 다 넣은 후 나머지 시간을 지하철 접근이 용이한 엘도라도 쇼핑센터에서 보냈다. 엘도라도는 특별한 점은 없지만 우중충한 외관에 비해서 내부는 상당히 괜찮은 쇼핑몰이었다. 시간도 많이 있으니 여유롭게 극장에서 A특공대도 보는데 극장 역시 준수했다. 게다가 더빙이 아닌 자막이라는 점만해도 충분히 감사했다. 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8시쯤 되서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남미에 와서는 거의 움직여 본적이 없는 밤시간이라 조금 무서웠다. 쇼핑몰 근처에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가로등이 어둠침침한게,, 최대한 빨리 CMPT역으로 갔다. 우리가 가는 터미널까지는 두번을 환승을 해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지하철을 잘 못 타 상당히 어두컴컴한 역에서 다시 반대로 가는 전철을 탈 때는 꽤 무서웠지만 다행히 큰 문제없이 도착해 부지오스 행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낮에 다니면 밤에 낯선 곳에 도착해야 하고, 밤에 출발하면 늦은시간에 버스를 타러 가는데 까지가 문제니 딱히 묘수는 없구나. 오늘 타는 버스는 앞쪽 세 줄은 더 좋은 LEITO좌석이고 중간에 문이 하나 있어 분리가 된 후 우리가 타는 일반 좌석이 있는 '더블 서비스'였다. 버스 내부 제작회사는 마르코 폴로라는 곳으로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알고보니 남미 장거리 고속버스의 대부분이 여기 버스일 만큼 굴지의 기업이었다. 버스 기본은 벤츠등 유럽 고급 버스를 수입해서 외관과 내장을 남미형으로 바꿔 제작한다고 한다.

역시 저번에 한번 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일반 좌석만 되도 자리가 상당히 넓고 편해 밤에 잠을 자면서 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새벽 2시쯤 잘 자고 있는데 경찰이 우리를 깨웠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건 아니라 일반적인 security check라는데 이 새벽에 깨우는 것도 짜증이 났고 굳이 동양인이라고 우리만 깨워 여권에 끼워 둔 임시체류증까지 꼼꼼히 봤다. 영어도 한 마디 못 하면서 물어볼 건 다 물어보는 경찰들을 보니 언어의 장벽을 가지고 이곳에서 렌트카를 해서 우리끼리 다니다가는 꽤나 피곤한 일이 생길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브라질의 언어의 압박은 아르헨티나보다 더하면 더 했다. 스페인어는 들어본 적이라도 있지 포르투갈어는 완전 생소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언어의 불편함을 거의 몰랐는데 브라질 왔더니 압박이 장난아니었다.  영어는 호텔에서도 잘 못 했고 호텔 스태프들이 능통한 제2외국어는 스페인어니.. 단어를 보면 발음이라도 할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불어보다 더 어려웠다. São Paulo의 앞 부분 a위에 있는 물결 무늬로 콧소리'응'소리 나는 것이나 R이 H발음이 나는 것이나 한가지씩 놓고 보면 이해가 갈수도 있는 시스템이지만 단어로 놓고 보면 발음이 너무나 어려웠다. 상파울루의 한인타운 봉헤치로의 스펠링이 Bom Retiro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내가 리오 데 자네이로로 할던 도시의 발음은 왜 "히우 지 자네이루"인 건지... 경찰들이 우리의 단잠을 홀딱 깨운 덕분에 쓸데없는 포르투갈어에 대한 불만에 궁시렁거리며 나머지 구간을 거의 뜬 눈으로 보내고 아침 일찍 카보 프리오에 도착했다


세관이 며칠 잡아먹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한 카드들. 배송비는 아프리카보다는 훨씬 싸 5만원 정도였다.

페덱스에서 남미로 카드배달은 어렵다 하여 센스있게 cd케이스 안에 넣어 보내준 달룡이네 언니의 센스 ㅋ


카드 보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케냐부터 싸들고 다니던 커피를 보내드렸다. 거리는 아프리카보다 먼데 배송비는 조금 더 쌌다.

호텔 근처 노점상에서 인기 좋던 핫도그

가격도 7헤알로 싸진 않았지만 매쉬포테이토가 얹어진 특이한 맛으로 상당히 컸다. 그래도 역시 핫도그는 레바논!

중앙버스차선 본국의 모습.


버스 시간에 맞춰 도착한 티에테 버스 터미널

우리가 타고 갈 1001사의 고속버스.

상당히 쾌적한 버스 내부

문 앞이 우등 클래스인 Leito (스페인어권에서는 까마) 좌석들

일반 좌석도 상당히 넓고 푹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