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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을 자게 된 Middle Aston Learning Center라는 정체불명의 연수원은 호텔 못지 않게 시설도 좋고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아침도 포함되어 있었다. 영국을 다니며 비싼 물가 덕분에 주로 마트 샌드위치나 그외 가벼운 식사로 끼니를 많이 때우게 되니 아침을 준다는 것은 꽤나 대단한 혜택이었다. 우린 대충 줘도 잘 먹는데 연수원의 아침은 생각외로 꽤 훌륭하게 나왔다. 역시 영국은 어딜가서 먹어도 아침은 꽤 잘 주나 보다.
하지만 이 곳도 단점은 있었으니 체크아웃이 무려 9시였다. late check out을 얘기해볼까 하다가 우리 일정도 꽤 길어 그냥 그 시간에 나왔는데 결국 그 다음 행선지인 아울렛 가다가 너무 졸려 중간에 차 세워놓고 30분 더 자고서야 Bicester Outlet으로 갈수 있었다.
Bicester Village는 영국에서는 가장 규모도 크고 브랜드도 좋은 대표 아울렛이었다. 유로보다 파운드가 비싸 물건도 유럽대륙보다 조금 쎌줄 알았지만 영국은 리테일의 천국인 미국 만큼은 아니라도 할인도 많이 해주고 대부분의 물가가 나쁘지 않았다.
별 기대도 안 했던 이 아울렛에서도 상당히 좋은 가격의 좋은 물건을 찾아볼수 있었는데, 가장 아까웠던 것은 Mulberry의 기내 사이즈 트렁크가 100파운드로 상당히 저렴했는데 모양도 매우 예뻤던 것이었다. 내 가방은 포르투갈에서 사서 바꿨지만 달룡이가 들고 다니는 트렁크는 바퀴 있는 곳이 찢어져 사실 언제 갈아도 갈아줘야 할 형편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선 렌트카도 하고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쓴 관계로 고민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고 나왔는데 그 이후로도 며칠이나 이 가방이 눈에 밟혔지만 돌아갈수 없었다. 뭐 어쨌건 이태리의 The Mall과 그 일대, 파리의 La Vallee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울렛이었다.
아울렛 샤핑을 두어시간 한 후 우린 옥스포드로 향했다. 아울렛에서는 30분 거리라 가볍게 캠퍼스 걸어주고 런던으로 출발하려 했는데 문제는 주차였다. 오래된 도시답게 학교 근처의 주차는 매우 빡빡했고 간신히 동전주차를 하나 찾았지만 동전이 하나도 없어 근처 가게에 들어가니 3군데나 들렀건만 모두 동전으로 절대 바꿔주지 않았다. 은근히 열을 받아 남의 학교는 봐서 뭐 하냐며 그냥 그 길로 런던으로 향했다.
런던은 시내운전을 하려면 Vignette같은 permit을 사서 차 앞 유리에 반드시 붙여야 한다. 난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게 일주일 내내 시내 전체인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거의 지하철의 zone 1 정도만 들어갔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가 아니라 주중, 그것도 퇴근 시간 지나면 필요없었다. 그래서 우린 시간도 때울겸 겸사겸사 런던 외곽에 있는 한인타운을 찾아갔다.
유럽은 생각외로 미국같이 한인타운을 형성하고 사는 곳이 이 곳 런던 밖에 없었는데 한인타운이 있는 동네는 New Malden이란 서버브였다. 뉴몰든, 또는 뉴몰동이라고 한국사람들끼리 부르는 이곳은 원래는 스리랑카인들과 그외 인도권 인들이 자리 잡던 곳을 한국인들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아직도 그쪽 사람들이 많은게 우리로썬 꽤나 친근했다. 한인타운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고 다른 것들도 많이 섞여있는게 마치 예전 시카고의 한인타운인 로렌스거리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그곳엔 인도인들보다 멕시칸들이 많았을뿐..
한인 상점들의 모습들도 대부분 오래된 느낌이 나는게 시카고스러웠다. 우린 우선 한국 슈퍼에 들어가서 비상식량인 라면을 샀다. 이정도 제대로된 한국슈퍼는 두바이 이후 처음이었다. 가격은 헝가리에서 라면당 2500원까지 봤던 우리로써는 놀랄만큼 싸서 무려 개당 60펜스정도니 1천원 꼴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머리도 짤랐는데 조금 좋아보이는 곳들은 15~20파운드 정도 하고 나야 이미 중동인에게도 머리를 짤린 버린 몸이라 가장 저렴한 9파운드에 순수 바리깡만 이용하는 곳 가서 짤랐다.
여기까지 왔으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갈비집 중 가장 낫다는 진고개를 찾아갔다. 우리가 있던 뉴몰든의 가장 중심길인 High St.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 하이스트리트에는 주로 분식집같은 곳들이 많은 반면, 이곳은 꽤 분위기를 갖춘 아저씨들이 좋아할만한 고깃집이었다. 갈비도 매우 저렴해 1인분에 8파운드인가밖에 안했으나 양이 적었고, 쌈야채를 돈을 따로 받는 것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 오랜만에 먹는 갈비라 입에서 살살 녹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도 별로였고, 반찬도 비슷한 종류만 몇가지인게 매우 성의 없어 보여 고기는 2인분만 먹고 식사로 육게장과 갈비탕을 시켰는데 차라리 고기보다는 탕들이 나았다. 다만 한국을 벗어나면 한국식당들이 대부분 갈비값이나 삼겹살값이나 심지어 탕이나 모두 가격차이가 거의 없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갈비 대신 탕을 먹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장도 보고, 머리도 자르고, 밥도 먹었더니 꼭 학창시절같은게 왠지 모를 향수에 젖게 하는 뉴몰든을 뒤로하고 우린 오늘 잘 러브 액츄얼리로 향했다. 원래는 차도 있으니 런던 외곽에서 자려고 했는데 마땅히 싼 곳도 없고 러브액츄얼리에는 차를 세울수 있는 공간도 있어 사장님께 주차 여부를 물어보니 가능하다 해서 이곳으로 돌아가 일박을 하고 내일 아일랜드 가는 길에 우리의 트렁크 두개 모두 이곳에 놓고 가기로 했다. 우린 라이언 에어를 타고 가는데 라이언 에어는 짐값을 따로 내야 했기에 고민끝에 이곳에 짐을 놔두고 가기로 했다. 일반 한국 민박집이면 짐 걱정을 안 했을텐데 이곳은 주인이 상주하는 곳이 아니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암튼 약 1주일만에 다시 온 러브 액츄얼리는 매우 반가웠다. 게다가 우린 dorm으로 예약했는데 사장님께서 무려 개인실을 주셔서 더욱 편히 있을수 있었다. 한국민박집에서 무료 업그레이드가 그리 흔한건 아닐텐데 우린 파리에서도 받고 런던에서도 받았으니 사장님들 모두 너무나 감사했다.
영국은 어딜 가도 밥은 매우 잘 줬다. 딴 유럽들도 좀 보고 배웠으면..
너무나 일찍 도착해 별로 사람이 없던 Bicester Village. 나중엔 꽤 많아졌었다
비록 주차를 하지 못해 열받아 그냥 떠나온 옥스포드
유럽 유일의 한인타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뉴몰든
여행 떠나 처음으로 한국분이 잘라주시던 내 머리. 난 그래도 말 안 통하던 에스토니아 언니가 더 좋다 ㅎ
미용실의 정겨운 한국책들
뉴몰든의 한국음식은 가격도 매우 싼 편이었다. 잡다한 메뉴에 이끌려 신문광고를 보고 꼭 먹고 싶었으나 결국 못 간 집
은근히 없는 곳 없는 박준미장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탓인가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던 진고개의 갈비. 값은 싸지만 저게 2인분
하지만 탕은 맛 있었다.
뉴몰든에서 민박집 가던길 지나가던 런던의 부촌 중 하나인 첼시 지역
다시 찾아오게 된 러브 액츄얼리. 화장실등 문제도 좀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간섭없고 편안한 민박집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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