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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짧은 다마스커스에서의 2박을 뒤로하고 오늘은 레바논 베이루트로 간다. 알가잘 호텔 아저씨가 터미널까지 택시비로 150파운드 이상은 주지 말라길래 마티즈 택시를 100에 가자고 시트에 이슬람 숫자로 써가면서 흥정을 했더니 택시 기사가 웃으며 태워줬다.
근데 거리가 장난이 아니게 멀었다. 어림잡아 5km는 될것 같은데 군소리없이 100파운드에 데려다주니 너무 고마웠다. 그 동안 택시들한테 속고만 살아왔지 이런 고마운 분은 처음이다. 역시 사람들이 순수한 듯 했다.
베이루트행 표를 사러 터미널로 들어가니 회사별로 부스들이 따로 있었고 그중 먼저 물어본 집이 지금바로 출발 한다기에 400파운드씩 내고 표를 구입하고 있었다.
책에는 250이라 써 있었지만 이 책에 나온 것 중 안 오른 것은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살짝 달룡이에게 옆에집 가서 물어보라고 시켰더니 300이고 한 시간 후 출발 한단다. 이 버스가 얼마나 더 좋은지 모르겠으나 돈을 더 낼 필요는 없어 옆집 가서 산다고 하니 바로 300으로 내려간다.
그래도 버스는 바로 출발했고 버스도 우리가 요르단에서 타고 온 것 보다도 좋아 모든 게 용서됐다.
버스는 한시간 반 정도 달려 바로 국경에 도착했다.
시리아는 입국할 때도 33불씩 돈을 받아먹더니 출국세라고 한 사람당 550파운드를 내야했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라 파운드가 없는 상태라서 피같은 달러를 환전해서 냈다. 들어올 때는 달러만 받고 나갈 때는 파운드만 받는다. 게다가 레바논도 비자가 무료라고 써 있더니만 한 사람당 25000리라였다. 한국돈 2만2천원되는 돈인데 또 환전을 해야했다. 레바논 국경을 넘어오자마자 면세점도 보이고 atm도 보이는 것이 완전 다른 세계였다. 국경에서 10분정도 더 가니 그냥 국경근처 촌동네인데도 맥도날드 피자헛 등이 다 깔려있었고 atm도 그만큼 많았다. 그렇게 시리아와 레바논은 가까우면서도 별세계였다.
레바논 국경에서 베이루트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거리보다도 워낙 지형이 나빠 시간이 걸렸다.
언덕을 몇개 넘는듯 계속해서 산을 타다보니 어느 순간 큰 동네가 나왔는데 우리의 버스는 황당하게 베이루트가 종착점이 아닌지 우리를 베이루트 가는 사람들과 함께 도로변에 떨어뜨려주고 가버렸다.
여기가 어디냐고 론리플래넷 책속의 지도를 펼처 보여줘도 아무도 모르고 지도도 못 보는 것 같길래 근처에 좋은 차에 짐을 싣고 있는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여긴 꽤나 외곽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가는 사람들을 분당쯤에 내려주고 버스는 가버린 것이다.
우리보고 어디가냐고 해서 오늘 가려고 아까 버스에서 예약한 호텔을 주소를 보여주니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흥정을 해줘 호텔까지 15000리라에 가기로 했다. 값이 비싼 건지 싼 건지는 몰라도 여기서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손님 한 명 타 있던 40년쯤 된 벤츠 택시에 우리도 낑겨타고 다행히도? 택시는 꽤나 멀리 갔다. 나중에 이 도시 택시비를 알고나니 비싸게 간 건 아니었지만 그 동안 택시를 오천원이면 못 가는 데가 없던 두 나라를 거쳐 만원 넘게 타고 가니 씁쓸했다. 두바이 같이 새 차라면 그나마 모르겠는데 레바논 택시는 미터도 없고 차는 기본적으로 다 폐차직전인데 가격은 유럽이었다. 어쨋건 택시 아저씨가 호텔에 전화까지 해서 찾아가준 덕분에 헤매지 않고 편히는 갈 수 있었다. 내일부터는 3일간 아파트를 빌려 있기로 하고 오늘만 숙소 예약을 안 했다가 아까 버스안에서 론리플래넷에 나온 곳 중 젤 싼 곳으로 예약을 한 곳인데 호텔은 아니고 호스텔 같은 곳으로 밖에 간판하나 보이 않아 바로 앞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방은 원래 트리플인데 우리에게 더블 요금으로 줘서 꽤 넓고 위성tv에서 한국 테레비도 나왔다. 침대보는 모두 깜찍하게 신데렐라였다. 어디 떨이할 때 사왔나보다.
짐을 놔둔후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이 지역은 꽤나 hip한 지역으로 스타일리쉬한 레스토랑과 바들이 즐비한 가운데 Le Chef라는 거창한 이름의 식당을 찾아갔는데 거창한 이름과는 걸맞지 않는 장사 잘 되는 동네식당 같은 Le Chef가 눈에 들어왔다. 친절하지만 약간 거슬리는 서버의 추천에 따라 음식 한가지와 요즘 들어 파스타를 노래부르는 달룡이를 위해 크림파스타를 하나 시켰더니 내 음식은 매우 백숙 같은 요리에 시래기 같은 풀과 빵을 찢어 넣은 국 같은 것이었는데 맛은 그냥 기본 닭국물이었다. 달룡이가 시킨 파스타는 그 어떤 간도 충분치 않아 꼭 면만 삶아 먹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책들에 소개된 레스토랑의 선정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특히나 서비스 차지에 택스까지 따로 붙여 챙기는 점은 저렴해 보였던 가격에 대한 만족도 마저 떨어뜨렸다.
밥을 먹고 젬마이제라는 이 동네를 슬슬 돌아다니며 보니 authentic해 보이는 paul도 보이고 전체적으로 매우 유럽같았다. 특히 길에 영어는 없어도 불어는 꼭 표기되어 있는 모습이 아무리 예전 프랑스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좀 과해보였다.
계속해서 다운타운 쪽으로 걷다 보니 버진 메가스토어가 크게 보이길래 들어갔다.(실은 인터넷 카페가 무료라고 책에 써 있길래)
거의 허허 벌판에 혼자 우뚝 있는 듣한 느낌의 버진메가스토어에 발을 들이자마자 매장의 스피커로 감미로운 재즈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온후 인도에서부터 중동까지 계속해서 앵앵거리는듣한 리듬의 음악만을 듣다가 갑자기 피아노 반주에 여자 보컬만이 있는듣한 따뜻한 재즈라니.. 정말 다른 동네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달룡이가 가서 매장에 플레이하고 있는 음악이 뭔지 물어보니 cd를 줬는데 Pink Martini의 새로 나온 음반이었다.
우린 잘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에서도 cf등에 많이 쓰여 많이 알려진 그룹이라는데 뭐 암튼 cd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2만원정도 하는 비싼 가격에 무릎을 꿇고 다니다가 좀 싼데 가면 사자고 했다.
아쉽게도 우리가 찾던 무료인터넷 카페는 임시폐쇠 상태여서 매장 이것저것을 구경하다 나왔다.
버진에서 나와 우리 호텔에서 온 진행방향으로 더 걸어가니 진짜 다운타운 지역이 나왔다.
베이루트의 다운타운은 이스라엘과의 수년간의 전쟁과 그후의 테러등으로 만신창이가 된걸 얼마전에 싹 한꺼번에 새로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보행자용 도로로 되어 있는 이곳은 건물들이 매우 테마파크스러우면서 일률적이었다. 좋게 보자면 유럽의 한 거리를 통째로 옮겨다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너무 인공적이었다. 건물들은 주로 명품 부티끄들과 노천카페로 채워져 있어 요르단과 시리아와는 너무나 달랐다. 다섯시가 넘어 어둑해지는 하늘에 아름다운 조명과 유럽식 건물은 매우 잘 어우러져 있었지만 왠지 어색하다고 느낀건 우리뿐일지도 모르겠다. 돌아다니다 보니 힘이들어 10여분을 걸어 호텔로 다시 돌아왔더니 정전이었다. 앞으로 한시간 정도 정전이라고 하는걸 보니 설마 power cut가 남아있는건지도 모르겠었다. 도심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정기적인 정전도 있다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어디 나가기도 귀찮아 방에서 테라스 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었다. 레바논은 다마스커스나 암만과 비교했을때 날씨가 매우 따뜻했다. 암만과는 다른 다마스커스, 다마스커스와는 다른 베이루트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불이 들어왔지만 정작 우리는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까 낮에 Le Chef근처에서 본 버팔로윙집을 찾아갔다. Lord of the Wings라는 마음에 드는 이름에 소스도 꽤나 갖추고 있고 분위기도 꽤나 authentic하여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주문을 했다. hot과 다른 맛으로 반반을 하고 싶었으나 8개와 16개의 가격이 다르지만 다른 맛은 따로 주문을 해야 한다길래 hot으로만 우선 주문을 했다. 그동안 먹기 힘들었던 맥주 한잔을 곁들여 나초와 버팔로 윙을 먹노라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었다. 나초의 살사도 그렇고 버팔로 윙도 너무나 맛 있었다. 버팔로 윙의 기본 맛 중 하나지만 이곳에서는 뭔가 대단한 지네만의 맛인냥 선전하고 있는 테리야키윙도 8개 시켜 먹었으나 이것은 chinese bbq에 가까웠다. 뭐 어쨋건 케밥도 좋지만 오랜만에 이런거 먹으니 너무나 행복한 저녁이었다. 맥주는 요르단과 시리아에서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잘 못 먹다가 먹게 되니 더 맛있었다. Almaza라는 현지 맥주는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중동 맥주중엔 제일 나을 정도로 딱 알맞았다. 발그래해져서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한국채널에서 하는 인간극장을 보다가 잠을 들었다. 돌아다니다 보니 위성이 있는 호텔 중 한국채널이 나오는 곳은 보통 아리랑, KBS World 중에서 한가지인데 이곳은 둘다 아닌 희안한 채널이었다. 방송의 특징이라면 아리랑은 자체 방송을 많이 만들어 연합뉴스 같은 느낌이고 KBS월드는 KBS월드나 이 채널은 재방송 케이블 같은데 뭐 어쩃건 가끔 한번씩 이런 채널이 나오는 호텔에 가면 반갑다.
꽤 먼거리의 버스 터미널까지 100파운드로 데려다 준 고마운 마티즈 택시
버스터미널. 각 회사마다 따로 창구가 있다. 오른쪽이 우리 등처먹으려 한, 우리가 타고 가는 회사
한시간도 안되 도착한 시리아와 레바논 국경. 레바논쪽에는 멋진 면세점도 있다
레바논쪽의 비자사무소.알려진것과 달리 비자비를 내야 했다
밑에 내모난게 레바논 비자
레바논에 들어선후 이런 산길을 계속 달려 고개를 몇개 넘어 베이루트에 도착
오지에 버려진 우리를 호텔까지 10불에 데려다 주는 40년 넘은 벤츠 택시
Talis 호텔의 우리 객실. 신데렐라 침대보 세일할때 사왔나보다
호텔 근처서 만난 이사간 스마트매장. 이사간다는 광고 스티커가 아주 깜찍하다
점심 먹으러 간 호텔 근처 Gemmyzer. 쿨한 바들로 가득한 거리이다
산만하면서 활기찬 Le Chef
백숙에 시래기같은걸 부어 빵을 넣어 먹는 내 요리와 퉁퉁 불은 것 같은 달룡이의 크림파스타
나쁘진 않았지만 유명세에 비해 실망스런 음식들. 나쁘진 않았지만 꼭 찾아가야 할 필요는 없을듯
젬마이제에서 다운타운으로 가는 사진들
마음에 평안을 준 버진 메가스토어
베이루트 다운타운
Lord of the 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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