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 드디어 시리아로.. 다마스커스의 첫인상

그 좋아하는 아침을 먹을 시간도 없이 다마스커스행 버스를 타러 새벽같이 나갔다.
버스타는 JETT까지는 1키로가 조금 넘는 거리라 기본요금으로 택시를 타고 가려 했는데 처음에 탄 택시가 미터로는 안가겠다고 1디나르를 달라고 해서 다시 짐까지 내렸다가 다른 택시를 타고 미터로 갔다.
우리가 탈 버스에는 이미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는 정시간에 출발을 했다. 버스는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매우 모던하고 화장실까지 있었다.
버스는 한시간 정도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하도 시리아 입국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 쫄아 있었는데, 다행히도 여권을 휙 보더니 한국인은 인당 33불 이라며 바로 뒤 돈 받는 창구에 가서 내라고 했다. 요르단과 시리아 사이의 국경이지만 돈은 달러로만 낼수 있었는데 아침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창구에는 아무도 없어서 10분정도 기다리니 출근을해서 돈을 냈다. 시리아에서는 atm이 해외카드 되는게 거의 없다고 해서, 들고 다니던 달러가 출혈이 좀 있을듯 했는데 벌써 피같은 달러 66불이 나갔다.
돈내고 영수증을 들고가니 바로 비자를 내줘 걱정했던것보다 매우 수월히 비자를 받아들고 다시 버스에 올라 두어시간을 더 가서 다마스커스 시내로 들어갔다.

처음 보인 다마스커스 시내는 암만보다 많이 낙후되어 보였다.
특히나 연식이 40년이상 되는 차까지 다양히 굴러다녔고 차종도 미국차부터 중국차까지 전세계의 차는모두 모여있는 듯 했다.
터미널도 메인 터미널이 아닌듯 버스 넉대정도 세울 만한 공간에 우리를 내려줬는데 거기서 택시 삐끼들을 피해 100시리아 파운드에 우리 호텔이 있는 hajaj 스퀘어까지 갔다. (당시 환율로 100파운드는 약 2500원이었다)


이곳의 호텔은 원래는 알 가잘이라는 budget중에 괜찮다는 곳으로 2박을 예약해놨다. 하지만 리뷰들을 읽다보니 황당하게 예약 컨펌까지 하고 갔음에도 방이 없었단 글을 몇개 읽어 혹시 몰라 오리엔탈 팔레스 호텔이라는 곳도 어젯밤 이메일로 예약을 했다. 어차피 둘다 크레딧카드 보증따윈 없는 이메일 예약이니 좀 미안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고자 이중예약을 하게 되었다. 시리아는 요르단과는 달리 국제적인 호텔예약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거의 호텔 검색이 되지 않고 아예 시리아라는 나라가 지원되지 않는 곳들도 많다. 나오는 호텔들 역시 300불 넘는 고급들만 주로 나오는 정도라 저가 호텔들은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예약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 듯 했다. 그만큼 경쟁이 없어 그런지 호텔 가격은 우리의 알가잘 호텔이 버젯임에도 45000원 가까이 하는 등 터무니 없이 비쌌다 (우리의 2006년판 책에는 15불 정도랬는데..)

오리엔탈 팔레스 호텔은 중급호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있는 도시라는 이 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50년 이상 된 매우 오래된 호텔이다. 우린 우선 시내 중심에 있는 오리엔탈 팔레스 호텔로 갔다. 예전 중심역이었던 히자즈역 앞에 바로 위치하고 있어 영어를 전혀 못하는 택시 운전수에게 얘기하기도 쉬웠다.
호텔은 큰 길에 바로 있어 찾기도 쉬웠고 클래식한 로비와 레스토랑은 매우 멋드러졌다, 심지어 왜 7만원밖에 안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방을 우선 보러 올라가 보니 복도는 휑하며 넓은 바닥이 꼭 그 시절 병원같았고 객실은 한번도 레노베이션을 안한듯 낡고 허름했다. 유일하게 화장실만이 나름 그랜드하게 예전의 영광을 보여줬다. 밤에 귀신나올것 같은 이 썰렁한 곳에서 벗어나 짐을 끌고 알가잘로 갔다. 알 가잘은 오리엔탈 팔레스 호텔 부터는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호스텔이나 저가 호텔이 모여있는 곳에 있었다.

방은 좁았지만 좋은 리뷰들이 말해주듯 운영하는 가족들이 모두 친절하고 방도 나름 깨끗하며 히터도 뜨거운 물도 잘 나왔다. 게다가 식당으로도 이용되는 실내 정원이 매우 괜찮아 보였다. 다만 tv도 없는 호텔이라기 보단 게스트하우스 수준이기에 가격만 한 만원이상 쌌으면 좋겠다. 여긴 물론이고 나름 3스타라는 오리엔탈 호텔도 카드는 안 받는다. 가격도 us달러로 얘기하고 시리아돈으로 역환전 계산을 해서 알려줄 만큼 시리아는 달러를 좋아한다. 그래도 일반 식당등에서는 시리아 파운드를 써야했기에 환전소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아 은행을 가서 환전을 했다. 하고 나니 사방팔방 환전소가 참 많았다. 돈을 찾고 시내 구경도 할겸 론리 플래넷에 본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다마스커스는 아까 오리엔탈 팔레스 호텔이 있던 히자즈역광장 부터 일자로 그 위 로타리까지 뻗은 길이 가장 중심인듯 했다.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마치 동유럽이 이럴것 같은 이 길과 광광지로 유명한 올드시티에 많았다. 우리가 찾아 가는 Abu Kamal 이란 식당은 몇십년이 된 식당이라는데 시내중심부를 바라보기에 좋았다.  음식은 달룡이가 시킨 파스타는 면부터 소스까지 모두 못 먹을 수준이었지만 내가 시킨 알레포 스타일 케밥은 매우 맛 있었다.
알레포는 중동 음식의 중심이 되는 도시라는데 알레포식 요리는 대부분 간이 세고 매운맛이 강해 입맛에 잘 맞았다.
그랜드한 분위기에 정중한 서비스를 하는 살짝 우리나라 예전 경양식집 같은 느낌의 이 식당은 가격도 메인 하나에 오천원정도로 둘이 음료수 포함해서 다 먹어도 만오천원이 되지 않았다. 다만 영수증이 아랍어로만 써 있어 당췌 뭐가 붙은지는 알기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빵값은 붙은 듯 했다. 어쨋건 요르단에 비교해도 너무나 싼  물가다.
밥을 먹고 근처에 있는 유명하다는 초콜렛 집에 들렀다. 이 집은 바깥에 전시되어 있는 박스들 부터가 매우 고급스러웠는데 한봉지는 엄두도 못내고 네 톨 줏어먹었더니 오천원이 넘어 아까 밥값을 생각해보면 이나라 물가대비 매우 비싼듯했다. 하지만 그만큼 초콜렛 맛은 끝내줬다, 특히 통 살구가 들어있는 초콜렛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초콜렛을 먹으며 우리 호텔로 돌아와 피곤하다는 달룡이를 놔두고 나 혼자 여기저기 길거리를 보러 나갔다.
우리 호텔 옆으로는 용산같은 컴퓨터 상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불법 소프트웨어나 영화 음악 시디들이 판을 쳤다.  역시나 국제적인 법이 미치지 못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국제법이 미치는 우리나라에서도 판을 치니까..
도시는 꽤나 칙칙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상상했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중 하나라고 알고 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사람들의 모습은 중동인이라기 보단 서양인에 가까웠고 옷도 꽤나 세련되게 입었다. 여자들은 머리에 히잡은 아무도 안 썼다.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여기저기만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빵집같은데 앞을 갔더니 작은 피자같은걸 팔고 있었다. 갈은 양고기 들어간것 하나와 치즈피자같은것 하나를 샀는데 맛도 피자같았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나쁜 것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들어온 시리아를 처음 본 느낌은 살짝 칙칙하긴 해도 우리에게 알려진 것같은 위험하고 무서운 곳은 아닌듯 했다. 더 자세한건 내일 느껴야겠다.

 



 다마스커스까지 타고 가는 버스와 버스터미널에서 사먹은 민트잎이 들어간 차. 단맛이 강했지만 맛있었다

요르단과 시리아 국경. 그닥 상엄하진 않다


다마스커스 시내의 모습. 중국차부터 오래된 미국차까지 전세계 차들의 박물관같다다


이틀을 묵게된 알가잘 호텔. 사실 호텔이란 이름이 무색하지만 가족같은 주인들이 관리하고 방은 깨끗하다


Abu Kamal. formal한 분위기와는 달리 메인 한개에 오천원정도라니..맛도 훌륭


외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다운타운을 보기 좋다


론리플래넷에서 강추한 초콜렛집. 맛도 맛이지만 화려한 중동식 박스들이 멋지다


우리 호텔이 있던 저렴한 숙소들이 많은 지역의 골목길 풍경 


나름 운치있는 알 가잘 호텔의 외관과 courtyard


다마스커스의 저녁모습과 피자같은 현지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