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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Ghazal 호텔은 방은 보잘것없지만 방도 따뜻하고 깨끗하고 특히 무엇보다 아침이 맛있었다. 바싹구운 베이컨에 치즈가 듬뿍 들어간 축 늘어지는 오믈렛 따위가 이런 저가 호텔에서 나올리는 없고 맨날 먹은 중동식 아침을 작은 식판에 주는데 거기에 주는 빵이 그동안 먹던 중동빵과는 다른게 마름모꼴로 생긴것이 매우 맛 있었다. 하지만 빈정상하게 한개씩밖에 안주고 다시 달라고 하니 딱 한개 더주고 그다음부터는 딴 맛없는 호밀빵을 줬다.
아침을 먹고 올드시티 구경을 나갔다.
다마스커스라는 도시는 5천년이 넘은 도시로, 인간들이 살고 있는 도시중 가장 오래 되었다고 한다.
그중 올드시티는 다마스커스의 구시가지로 단지 유적지가 아닌 지금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동네라는게 대단했다.
호텔에서 큰 길을 하나 대각선으로 건너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된 시타델을 지나 시장으로 들어섰다. 다마스커스의 시장은 지붕 덮인 그 모습만으로도 예술이었다. 이것저것 안 파는게 없어 보이는 시장거리에서 유명하다는 양젖으로 만든 아이스크림부터 발견하고는 사먹었는데 살짝 샤베트 같은 아이스크림을 피스타치오를 듬뿍 묻힌 것이 한개에 50파운드로 1불정도 한다. 맛은 달지 않으면서도 담백한게 가격까지 착하니 결국 이날만 같은 집에서 오고가다 세개나 사 먹었다.
시장을 지나 모스크로 나오는 쯤에 파는 석류주스도 그 비싼 석류만을 짠 주스가 한잔에 50파운드라 사먹었다.
50파운드면 대략 1불 정도인듯 한데 시리아에서는 참 많은 것들을 먹을 수 있다.
주스를 마시고 드디어 모스크를 구경갔다.
모스크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달룡이는 뒤집어 써야 가능했기에 티켓 구입처에서 모자달린 로브를 빌려 입고들어갔다. 모스크가 그렇듯 중간에 벌판같은 마당이 있고 살짝 휑해 사실 그닥 모스크 구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벽이라든가 중간의 타워등은 볼만했다. 나는 모스크보다도 모스크 뒤쪽에 있는 살라딘의 묘에 관심이 더 갔다.
역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kingdom of heaven에 나온 바와 같이 중동세계의 최고의 영웅으로 단지 십자군전쟁에서 이슬람쪽에 승리를 선사한 인물일 뿐 아니라 영화에서 비춰지는 그의 현명함은 꽤나 놀라웠었다. 실제인물과 영화속 인물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의 묘를 본다는 것은 매우 영광이었다. 모스크 뒤에 그리 화려하지 않은 건물에 안치되어 있었는데 관이 두개가 있었다. 한개는 다른 나라에서 선물로 보내온 것이고 나머지 한개가 진짜라고 한다. 그리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묘가 더욱 와닿았다.
그다음은 아잠 궁전을 보러갔는데 진짜 돈 아까운 것은 이거였다. 300파운드나 하는게 그닥 볼것도 없고 방마다 마네킨들로 재현해놓은게 무슨 민속촌도 아니고 전혀 궁전의 모습도 찾아볼수 없는 곳이었다.
아잠궁전을 찍고 바이트 자브리라는 곳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올드시티내 거주지역에 있는 이곳은 다마스커스식 저택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인데 분위기가 멋지다더니 정말 그랬다. 가격도 관광지임을 감안하면 어제 점심먹은 식당보다 조금 비싸긴 해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메뉴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케밥 위주로 중동지역의 이정도 식당가면 다들 비슷한 수준의 음식을 하는 듯 준수했다. 하지만 웨이터들의 성의없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돈 낼때는 서비스차지가 안 들었단걸 강조하는 꼬라지나 냅킨까지 따로 차지한 꼴이 짜증나서 팁 없이 나왔다.
사실 올드시티는 모스크나 궁전등의 볼거리 보다도 그 자체의 멋이 너무나 대단한 곳이었다. 미로 같이 얽히고 섥힌 골목길안에 여기저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억지로 조성해놓은 곳들이야 세계적으로 많겠지만 여기처럼 몇천년간의 역사가 숨쉬며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곳이 과연 또 있을까 싶은것이... 이런곳에서 1박을 안하고 그냥 지나간단것이 너무나 아쉬워 레바논에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까 하는 생각에 호텔에 들어가 가격을 알아보니 기본 150불 이상이었고 절대 할인은 없었다.
올드시티 골목골목을 길을 잃었다 찾았다 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꽤나 피곤하여 아이스크림 한개와 샤와르마 한개를 먹으면서 호텔로 돌아갔다. 올드시티의 진짜 매력은 왕궁이나 모스크등 특별한 포인트를 찾아가는 것보다 올드시티의 아무 골목이나 다니고 느끼고 보는 것 같았다. 비슷하면서도 곳곳이 다른 모습들은 실로 오묘하고 아름다웠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Leela라는 책에서 추천하는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다시 올드 시티로 돌아왔다. 어두워지고 보는 올드시티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원래는 내일 베이루트로 가서 레바논에서 바로 시리아의 북쪽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아무래도 올드시티에서 하룻밤은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계획을 바꿔 레바논 갔다가 다시 이 도시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라는 오늘 점심을 먹었던 자브리하우스 같이 올드시티에서는 자주 찾아볼수 있는 오래된 맨션을 개조한 식당이었는데, 뚜껑이 있는 건물이어서 그런지 자브리하우스보다는 아늑한 느낌이 났고, 무엇보다 서빙하는 스태프들이 훨씬 나았다. 음식은 설명으로는 알기 힘들어 점심과 겹치지 않도록 케밥류를 빼고 대충 두가지를 골랐다.
나와보니 둘다 갈은 고기로 미트볼같은것을 만든것이었는데 그중 한가지는 발사믹 같은 소스를 곁들인 것 이었다.
그동안 올리브오일이나 발사믹은 이태리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만의 전유물 인 양 알던 우리의 얄팍한 지식이 또 한번 무너졌다.
음식은 점심보다 조금 나았고 서비스는 많이 나았으며 가격은 조금 더 비쌌으니 나름 발란스가 맞았다고 생각이 든다. 1-2만원이면 둘이서 멋진 곳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수 있고 1-2천원이면 바로 짠 100% 석류나 오렌지 쥬스 또는 샤와르마를 먹을 수 있는 이 도시가 아름답고 멋있기까지 하다니 정말 좋은 곳이다.
이슬람을 세운 모하메트가 언덕위에서 다마스커스를 보며 '나는 이 도시에 들어갈 수 없다. 천국은 죽어서 한번만 가는 곳이다'라고 했다는데 지금도 그 아름다움이 많이 남아있고 특히 음식가격과 맛은 매우 천국스럽다.
올드시티 가는 길의 시장 모습
이곳이 그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
담백한 이 한가지 맛만을 피스타치오와 다른 넛들에 듬뿍 묻혀준다
안쪽으로 규모가 대단하다
시리아 대통령도 먹고갔다는..대통령인상은 요르단이 낫다
색색이 히잡
그 비싼 석류만을 짜주는 100% 쥬스도 단돈 1불
700ad쯤 생겼다는 모스크 (살라딘의 묘는 촬영금지)
아름다운 올드시티내의 골목들
돈 아까운 아젬궁전
골목 곳곳에는 상인아니라 예술가들도 즐비하다
점심을 먹은 Bait Jabri
이 고추 피클이 상당히 맵다
올드시티의 저녁 모습과 Leela 레스토랑
집에 오다 사먹은 레바논 디저트. 이것역시 피스타치오가 가득하니 맛있다
터키에선 Doner Kebap이라고 부르는 샤와르마. 50파운드의 행복이 계속된다
시타델 앞에 있는 살라딘 동상. 만약 세상의 중심이 중동이라면 적어도 나폴레옹만큼의 명성이 생겼을듯
호텔 근처 노천 카페.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상대적으로 비싼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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