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10 하필 9월11일에 비행기타고 시카고로 이동

오늘은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로 가는 날. 비행기 예약할때 그 앞에 일정들을 예상해서 대충 출발기간을 계산해보니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이면 비행기 가격이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싼 100불 정도에, 그것도 보통 싼 비행기는 새벽 6-7시에 출발한다거나 밤 아주 늦게 가는데, 타기 좋은 오후 3시쯤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날짜와 가격에 예약을 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confirmation 메일을 보며 문득 든 생각. 9월11일이었다.

아놔 911 애니버서리에 하필 뉴욕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다니.. 비행기 납치, 공항 자살 폭탄등 테러위협은 둘째 치고 괜한 사람들 잡아서 줄은 미친듯이 세울수 있으니 국내선을 타더라도 3시간 이전에는 가 있어야 할듯 했다. JFK, Newark, La Guardia 등 뉴욕시 주변의 메이저 공항중에서 우리가 출발하는 곳은 그나마 가장 가까운 라과디아 공항이었다. 하지만 공항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은 없었고 일반 시내버스는 갈아타고 복잡하게 가야해서 NYAS라는 사설 공항 버스를 타고 가기로 예약을 해뒀다.

유일한 허가된 공항버스라는 NYAS는 맨하탄에서 라과디아는 12불, JFK는 15불에 서비스를 하고 있었는데 Penn Station, Grand Central, Port Authority 이렇게 세군데에서 출발지를 고를수 있었다. 우리 호텔은 그랜드 센트럴역에서 몇블럭 안되는 곳에 있어 이곳을 선택했다. 버스의 수준은 역시나 미국이라 오래된 고속버스 느낌이 물씬났지만 어차피 20여분만 타면 가는 공항이니 시설이 뭐가 중요하랴. 11시반 버스를 타고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하니 12시정도 되었다.

비행기 체크인을 죄다 직접 하는 무인자판기 형태로 바꾼것도 모자라 짐도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20불 이상씩 내고 부쳐야 하는 미국의 '정상 항공기'들. (Jetblue나 Southwest같은 저가 항공을 표방하는 곳들은 오히려 공짜거나 쌌다) 미국 최대 항공사인 United를 타고 가게 되었는데 짐값으로 25불을 카드를 넣고 긁으니 왠지 배가 아팠다. 그래도 들고 탈수 있는 기내용 사이즈가 유럽같은 곳보다는 큰 22인치까지 허용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할듯.  그래도 한가지 좋았던 점은 공항은 우려와는 완전 반대로 완전 텅텅 비었다는 것이었다. 테러가 걱정되서인지 왠만해서는 오늘은 비행기 안타기로 했나싶을정도로 마치 새벽시간의 공항처럼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텅빈 공항은 더블린에서 아이스랜드 화산덕에 비행기 안 뜨게 된 이후 처음 아닌가 싶었다.

미국의 공항와서 또 한가지 놀란점은 priority pass를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들이 참으로 적다는 점이었다. 설령 공항에 있다고 하더라도 터미널들이 많이 나뉘어 있는 미국공항들에서는 내가 타는 터미널에는 없는 경우도 많았다. 다행히 오늘 타는 우리 공항에 우리가 있는 터미널에는 제휴 라운지가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게이트 있는 안쪽에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엑스레이스캔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라운지는 바깥에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나왔다. 역시나 공짜에 짠 미국 항공사들답게 라운지 수준도 거의 최악. 공짜로 제공해주는 것은 거의 탄산과 과자 정도일뿐, 맥주마저 돈내고 사먹어야 했다.

비행기는 뉴욕을 출발해 5대호를 건너 약 2시간 반만에 시차 한시간을 빼서 현지시간 4시반쯤 무사히 시카고 O'Hare공항에 도착했다. 딱 10여년만에 다시 시카고를 왔다는 생각에 꽤나 감정이 복받혔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우리는 북쪽 서버브에 있는 친구네서 2주간 신세를 지기로 한 턱에 렌트카를 빌려 친구네로 갔다. 차는 언제나처럼 가장 싼 차를 빌렸는데 수속을 해주던 직원이 주차장 한 켠을 가리키며 저쪽이 economy들이니 가서 아무거나 원하는 거로 타고 가라고 했다. 거기엔 프라이드 급의 작은차들만 있는 곳이었는데 한대가 실수로 세워져 있는듯 했다. 매우 레트로하게 생긴 쉐비의 HHR이라는 차였는데 한눈에 봐도 차도 커보여 2주나 타야할 차니 좀 더 안전할듯 했고 한국에선 보기 힘든 차일테니 현대 기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렌트카 주차장에서 냉큼 이걸 골라탔다. 오랜만에 찾아가는 길이라 길을 헤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행히 아직 뇌세포가 많이 안 죽어 공항부터 친구네까지 크게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공항버스 타러 온 그랜드 센트럴 역. 버스 타는 곳은 이곳을 다시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공항버스인 NYAS. 시설이 여느나라처럼 마구 좋지는 않아도 인당 12불이면 꽤 만족스러운 가격이었다

도착한 La Guardia 공항

새벽시간인냥 텅텅 빈 공항내부. 911이 무섭긴 무섭구나

pp 라운지가 있긴 한데 음료수 말고는 공짜로 주는 것이 거의 없어 아쉬웠던 곳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시카고


오헤어 공항도 많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뉴욕보다는 많아보였다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내비 안 켜고 찾아가는 중 ㅋ


고등학교시절 매일 오다시피하던 친구네 동네를 용케 찾아왔다

시카고 와서 첫 식사는 Carson's라는 립과 스테이크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