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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마라케쉬를 벗어나는 날. 하지만 여전히 현금은 없었다. 한국 은행 업무 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쓰려면 밤 10부터 아침 8시사이에 해야 하는데 여긴 해 떨어지면 나가기가 무서워 10시면 완전 깜깜한 밤이었고, 아침에 주인 아저씨의 컴퓨터라고 쓰고팠으나 자기가 출근을 9시에 한다고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결국 오늘 낮 12시 버스를 타기전 가는 길에 봤던 은행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내가 소매치기 당하고 임시로 만든 응급카드는 다른것은 일반 카드라 다 똑같은데 핀넘버가 없기 때문에 atm에선 인출이 안된다는 것을 카드 만들때 안내원이 강조했었고 대신 창구에 가면 가능하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이걸 해결하려고 보이는 은행들에 들어갔었지만 현지 은행, 글로벌 은행 한 4군데를 다녔건만 현금인출은 atm기계를 이용하는 것 밖에 안된단 얘기만 돌아왔다.
짜증이 나는 그 순간 혹시나 모르니 한번 atm에서 시도나 해보자 했다. 그러고 카드를 넣었는데 그만... Z
씨팔 된다.
보통 카드랑 똑같이 핀넘버를 물어보고 내가 예전 쓰던 번호 넣으니 똑같이 돈이 인출되었다. 그동안 돈 못 찾아 며칠간 먹지도 못하고 국제 전화비까지 써 가면서 고생 했던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결국 마스터카드 쪽에서 설명을 잘 못 해준 것이었는데 써보니 임시 카드가 일반 카드와 다른 점은 핀넘버가 없는 것이 아니라 cvc 코드가 없어 온라인 결제 등 cvc코드를 반드시 넣어야 하는 상태에서는 사용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감격스럽게 현금도 찾고 버스에 제 시간에 올라탔다. 버스는 12시 메디나에 붙어 있는 터미널을 출발하여 신시가지의 호텔가 근처에 있는 터미널을 한번 더 들러 사람을 태워 3-4시간 가서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호텔까지는 과연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무려 호텔에서 사람이 나와 푯말 들고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야! 역시 평이 가장 좋은 곳은 서비스가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중나온 아저씨는 주변에 있던 리어카를 가지고 포터를 하는 아이를 한명 불러 우리 짐을 싣고는 우리를 10분 거리에 있던 호텔로 데리고 갔다.
영어가 짧은 아저씨와 우린 과묵히 시장을 뚫고 걸어갔는데 에사우이라는 예전 포르투갈과 싸우던 요새가 있던 지역으로 여느 항구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포르투갈 영향력 덕분인지 스리랑카에서 좋아하던 Galle이란 동네와 매우 느낌이 흡사했다.
우리가 찾아갔으면 과연 갈수 있을것 같지 않을만큼 오늘가는 말라이카 리야드도 에사우이라의 시장통 안에 골목에 간판도 똑바로 없이 들어 있었다. 이쯤 되면 모로코는 어디든 스스로 찾아가는 것은 포기해도 좋다고 단언코 말할 수 있다. 이곳의 주인역시 프랑스인이였는데, 로비부터 분위기가 zen스러운게 참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며놨다. 방은 그냥 흰색으로 컬러풀했던 마라케쉬의 방보단 좀 심심했는데 그래도 뭐 나름 좋았다.
에사우이라는 작은 어촌 동네로 바닷가에 있는 요새말고는 그냥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평화스럽고, 사람들도 마라케쉬만큼 우리에게 달라붙지도 않고 조용하고 한적허니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들이 싸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 기대를 하개 되어 당연히 저녁먹으러는 해산물 집으로 향했다.
에사우이라에는 바닷가에 우리네 횟집들처럼 다양한 해산물들을 파는 씨푸드 식당들이 줄줄이 있었다. 대부분이 오늘 있는 해사물들을 가판대에 올려놓고 그중에 원하는 것을 요리를 해주거나 세트메뉴로 팔고 있었다. 회를 쳐주면 더욱 행복했겠지만 이 촌동네에서 아직 그건 무리였고, 생선구이가 가장 기본이었다. 우린 여기저기 흥정을 해보다가 1인당 60딜함에 원래 있던 세트에 서비스로 성게 등 몇가지를 더 받기로 하고 앉았다가 고민끝에 80딜함을 더내 총 200딜함에 작은 랍스타도 하나 추가했다. 2만5천원 정도의 가격에 우리에게 나온 것들은 레몬과 굵은 소금을 왕창 뿌린 양파 샐러드를 시작으로, 성게, 새우, 생선 3가지 오징어,랍스타 등이었다. 역시 회에 소주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바다 바람을 맞으며 노천에서 먹는 생선구이는 아주 꿀맛이었다. 마라케쉬에서 먹던게 부실했으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소금간만 한 생선들은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특히 랍스타는 다른 나라에서 먹던 것 보다 훨씬 쫄깃하고 맛 있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흰 쌀밥이 없고 대신 빵을 찢어 같이 먹어야 했던 것이었다. 아 햇반만 있었어도.. ㅠㅠ 암튼 오랜만에 배부르고 맛있게 먹은 저녁식사였다.
보통 이틀 정도 있으면 정이 들기 마련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정말 떨어졌던 Lapiz-Lazuli 리야드
마라케쉬에는 두 터미널이 있는데 현대적인 시내쪽보다 시설은 많이 후졌지만 메디나에 붙어있어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게 되는 구 터미널
우리가 타고 갈 버스 티켓. 무려 불어로 적혀 있어 알아볼수 있다! 다른 중동 국가에서 숫자마저 이슬람어로 되어 있어 해독 불가였던 것과는 확실히 비교된다
우리가 타고 가는 ctm버스. 모로코 최고의 버스라는 명성 답게 신용카드도 받고 시설도 유럽의 버스 만큼은 된다.
중간에 한번 쉬었다 가는 휴게소 역할을 하던 카페. 음식가격은 바가지
드디어 에사우이라 도착. 내리자마자 현지인끼리 실갱이가 붙어 치고박고 싸우는데 꽤나 무서웠다.
마중나온 호텔 직원을 따라 짐은 리어카에 싣고 편히 따라가는 길. 무려 포터 가격도 호텔에서 알아서 내주니 고마웠다.
웰컴 드링크와 함께 내온 계피가루 같던 스파이스를 뿌린 오렌지
화려한 로비에 비해 객실은 조금 밋및하고 소박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리야드를 다녀보니 객실보다도 화장실에 더 힘을 주는것 같은게 재미있었다
모로코 색체 가득한 에사우이라 거리들
흥정은 기본
생선 위주이긴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이 있던 에사우이라 생선집들
비수기에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
천일염이 씹히던 샐러드
동양인이 성게 좋아하는 것 알고 준건지.. 사실 맛은 별로였다
음식에 둘러싸여 뭘 먹을까 행복한 나 ㅋㅋ
한국 어시장같은 느낌의 다닥다닥 붙어 흥정을 부르는 해산물 식당들. 횟집 하나 진출했으면 좋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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