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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식 민박 또는 부티크 호텔이라 할 수 있는 라야드(Riad)는 왜 수많은 미국/유럽인들이 중동 = 모로코 라고 생각하고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알라딘 등 미국 만화에서 접하던 신비한 중동의 모습은 사실 다 모로코에 있었다. 지니가 나오는 램프도, 벽에서 벽으로 뛰어다닐것만 같은 건물도 모두 모로코였다. 신밧드의 모험은 오만에서 출항한다고는 하지만 내용의 오리진과는 관계없이 백인들에게는 모로코의 모습이 곧 중동이었다. 사실 다녀보니 UAE나 오만 같은 기름 많이 나오는 걸프 국가들과, 유적이 가득한 옛 중동이라도 할 수 있는 요르단, 시리아, 이란 등과 이제 온지 하루가 되었지만 암튼 이쪽 아프리카 쪽에 붙어 있는 중동국가 모로코는 각각 색체가 많이 달랐다. (나중에 섹스앤더시티2를 보게 되었는데 아부다비가 배경이라길래 흥미를 갖고 보게 되었건만 실제로 촬영은 모로코에서 한 것을 보고 쇼크를 감출 수 없었다. 암튼 이 내용은 나중에 남아공에서)
어떻게 보면 그만큼 모로코는 자신만의 강렬한 색체가 있었고, 그것을 모두 축약해 놓은 것이 리야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조명과 데코, 화려한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당연히 아침도 뭔가 하려할 것 같은 게 기대가 되었다. 살짝 중동에서 먹던 중동빵에 버터와 딸기잼 발라 먹던게 그립기도 하고 그 외에도 어떤걸 줄까 기대도 되었다. 하지만 모로코 와서 처음 먹게 된 오늘 아침은 기대한 것 대비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리가 오늘 있던 El Farris 리야드의 아침은 어제 도착해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실내 정원에 차려져 있었는데 멋진 분위기 대비 나온 것이라곤 빵과 커피, 그리고 따뜻한 중동식 빵과는 살짝 달랐던 작은 플랫브레드가 나왔다. 중동에선 하다못해 삶은 계란이라도 꼭 나오고 올리브 한 조각, 과일 한개 등은 나왔었는데, 여긴 그런 것 없다. 빵은 바게트처럼 딱딱하면서도 거칠은 찰깨빵같은 것으로 내 입맛엔 별로였다. 아침이라고 커피에 빵 몇 조각 먹고 말려니 유럽에서 가장 아침 잘 나오던 영국에서 와서 그런지 못내 뭔가가 아쉬웠다. 그래도 나중에 내어 준 바로 짠 신선한 오렌지 쥬스가 그나마 아쉬움을 아주 약간 달래줬다.
아침을 먹고 11시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영국에서 2-3주전 예약해 뒀던 곳인데, 화산폭발로 제 날짜에 오지 못하게 되고 원래는 취소가 안되는 것 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고맙게도 날짜를 미뤄줬다. 어제 모로코에 온 첫날 왔으면 좋았겠지만 어젠 방이 없고, 오늘 된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이사를 가게 되었다. 여기 체크아웃을 하는데 카드를 내니 카드 기계가 망가졌다며 어차피 원래 카드는 얼마 이상만 된다며 카드를 안 받았다. 빤한 거짓말에 열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안 낼수는 없고 꼼짝 못하고 어제 공항에서 찾았던 돈을 거의 다 주고 그러고도 모자라 비상금으로 남겨온 파운드까지 탈탈 털어 줘야 했다. 환율을 좋게 쳐 줬을리는 만무하니 나중에라도 atm을 가게 되면 모로코 딜함을 갖고 올테니 파운드는 돌려달라는 말에 확답까지 받아놨다.
가뜩이나 내 임시로 발급받은 응급카드(임시카드)는 CVC코드가 없어 atm으로 현금 인출이 안된다 하고, 현금카드는 두 번에 걸쳐 다 도둑맞았고. 우리에게 남은 현금 찾을 수 있는 카드는 달룡이의 아멕스 뿐이라 신경이 쓰이는데 완전 강도 만난 듯 갖고 있던 현금을 거의 다 털리고 나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씩씩거리면서 오늘 이사 갈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실 어제 여기 올 때 헤매는 동안 동네 어딘가에서 오늘 가는 곳인 Riad Lapis-Lazuli라는 리야드의 간판을 본 기억이 있어, 살짝만 돌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린 30분 넘게 짐을 끌고 헤매다가 마라케쉬의 미로에 다시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국 다시 원래 시작했던 리야드로 돌아오게 되었고 망연자실한 우린 벨을 누르고 들어가서 혹시 오늘 우리가 가려고 하는 이곳을 아냐고 물어봤다. 친절하게도 스태프는 직접 그곳에 전화를 해 줬고 그 집 주인이 우린 데리러 와 줬다. 프랑스인인가 하는 주인아저씨를 따라 가니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가 오늘 있게 된 곳은 어제와 비슷한 형식의 리야드였는데 무엇보다 방의 위치가 바로 정원 옆에 붙어 있는 방도 아닌 공간을 방으로 탈바꿈 해놓은 곳이라 구조도 좁고 긴 게 이상했고 프라이버시가 많이 결여되었다. 뭐 우리가 돈내고 온 곳이 이 방이라니 할 말은 없다만 나름 우여곡절 끝에 오게 된 모로코이고 2박이나 할 곳이고, 게다가 유럽의 항공사건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여행을 취소해서 더 나은 방이 분명 비어 있을텐데도 굳이 이 방으로 우릴 떠민 게 못내 아쉬웠다.
방에서 더위를 피해 휴식을 하다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어제 잠깐 이쪽 오래된 동네인 medina는 다 돌았으니 오늘은 신시가지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old city를 감싸고 있는 성벽 밖으로 나가니 안쪽과 같은 미로같은 골목길은 보이지 않고 제법 큰 길이 놓여있었다. 나름 대형마트처럼 보이는 하이퍼마트도 보이고 여기저기 은행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아멕스는 가맹이 되어 있지 않아 현금인출이 되지 않았다. 우린 달룡이 명의로 된 시티뱅크 카드가 한장 더 있었는데 내 지갑 잃어버린 후 영국에서 찾아 쓰고 했더니 얼마되지 않던 현금 인출 한도가 다 차서 나오지를 않았다. 유럽에선 못 느꼈지만 모로코에 오니 아멕스카드는 받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럽에서 아멕스 위주로 쓰는 건데 하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고, 결국 돈 만원도 안되는 현금을 들고 우선 생활 할 수 밖에 없었다.
마라케쉬 신도시 쪽은 건물들이 메디나와 비슷하게 붉은 색 이었다. 마치 인도의 자이푸르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게 화려하거나 모던한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메디나 보다는 현대적이었고, 라코스테, 자라 등 글로벌 한 브랜드 매장들도 보이는게 암튼 꽤 달랐다. 현금이 거의 없는 관계로, 뭘 먹더라도 카드 받는 곳에서 먹어야 했기에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한 카페가 사람들이 많길래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쪽은 꽤 부촌삘이라 다행히도 우리가 본 왠만한 레스토랑들 모두 카드를 받았다. 물론 그만큼 가격대도 조금 높아 음식이 6-7천원 정도 했다. 난 그래도 모로코 왔으니 모로코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쿠스쿠스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모로코 음식인 타진을 시켰다. 달룡이는 안전빵으로 간다고 피자를 시켰다.
피자는 다행히도 유로피안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정상맛이었고, 내가 시킨 타진은 거의 올리브 기름에 삶은 닭같은 요리였다. 사실 딱히 맛은 없었다만 매끼 매끼가 소중한지라 올리브 한 조각까지 모두 먹었다. 밥을 먹고 시내 구경을 더 하다가 저녁 먹을 시간까지 이 곳에 있을 수는 없고 식당은 여기 아님 메디나에서는 어제 그 광장 주변까지 나가야 해서 저녁은 어찌 먹나 고민끝에 오다 본 대형마트에서 바나나와 음료수 등을 사서 리야드로 돌아왔다.
밤이 어두워지고 우리와 미닫이 문 하나를 두고 다른 투숙객들은 신나서 불어로 떠들며 맛 있는 냄세가 솔솔 풍기는 음식을 먹고 있었지만 리아드에서 파는 음식은 외국인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므로 가격에 거품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고 우린 방에서 바나나를 먹으면서 현금인출 관련해서 은행에 우선 전화를 해봤다. 오늘과 내일 있는 이 곳은 인터넷도 안되었기 때문에 분당 4천원이 넘는 피같은 로밍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무료 인터넷은 고사하고 내 돈 내고라도 쓰겠다는데 여긴 흔치않게 인터넷 서비스 자체가 없는 곳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어렵게, 피같은 돈 내고 전화를 했건만 돌아온 대답은 은행의 정상업무는 주말은 제외라며 월요일이나 되야 선결재도 가능하고임시 한도조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결국 내일도 현금없이 지내야 한다는 비수만 가슴에 꽂은채 아쉬운 전화를 끊어야했다.
어두운 밤은 길고 우린 어딜 나갈 수도 없고해서 드디어 미루고 미루던 아프리카 일정을 짜기 위해 책을 들었다. 사실 내가 아프리카 일정짜기를 지금까지 미루며 비로소 아프리카에 와서야 일정을 생각하게 된 것은, 그만큼 나도 아프리카가 겁이 난 게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는 규모가 엄청 났고 어딜 갈 수 있고 어디가 금지된지도 모른다. 거기에 달룡이의 한숨섞인 투정까지 감안하면 뭐 하나 쉬운게 없었다. 거기에 플러스로 우린 6월2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남미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이미 반년전에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우린 여행을 시작할때부터 세계일주 할때 많이들 구입하는 RTW항공권을 없이 출발을 했고, 12월 이란에서 두바이로 오는 항공권이 첫번째 세트되어 있던 일종의 데드라인으로 거기에 맞춰 다녔고, 그 일정대로 이란에서 두바이로 돌아오면서 중동을 마칠때 그다음 데드라인으로 6월2일 남아공-아르헨티나를 정하게 되었다. 전체를 1년으로 봤을때 그때쯤이면 남미로 가야 나머지를 일정에 맞춰 맞출 수 있기도 했고, 호텔값이 올라가는 월드컵을 피하는 것도 큰 이유중 하나였다. 거기에 얼마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1주일 더 영국에 머물게 되면서 그만큼 우리의 아프리카 일정은 짧아질 수 밖에 없었다. 안그래도 육로로 다니면 6월까지 남아공까지 내려가는게 간당간당했는데, 책을 보면 볼수록 미궁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론리플래넷은 그 많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은 만큼 내용은 축약된 게 많았지만, 사실 아프리카에서 시간이 많지 않아 그런지는 몰라도 내용상 크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없었다. 다만 교통편과 시간 등이 2007년판이라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는데, 게다가 그것마저 정확하지 않게 가는 편이 있다 정도로 나와 있었다. 또 어떤 지점은 대중교통이 없으니 트럭운전수들 쉬는 곳에 가서 교통편을 찾아봐야 한다는 둥 뭐 하나 간단해 보이는 길이 없었다.
영국에 있으면서 난 모로코로 들어와서 이집트까지 움직일 여정은 대략 머릿속에 그리고 오게 되었는데, 모로코 다음 행선지로는 튀니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로코와 튀니지 사이에 떡 있는 알제리아는 외국인 출입 금지였었다. 리비아가 그룹투어 말고는 관광금지인것은 알았지만 알제리아가 전혀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생각도 안 해 봤고, 결국 육로는 없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 했다. 하지만 비행기 타고 튀니지 갔다가, 그룹투어로 리비아 갔다 이집트로 흘러 가는 것은 돈도 돈이고 너무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히 5월1일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이집트 카이로 가는 것이 1인당 230불에 나온것이 있어 이것까진 예약을 해 놓고 오게 되어 오늘 내가 고민하는 부분은 이집트를 벗어나면서 부터인, 어떻게 보면 진짜 아프리카 부분이 남아있었다.
난 이집트까지 그렇게 가서 이스라엘 잠깐 다녀오고 다시 이집트부터 대략 수단-이디오피아-케냐-탄자니아-보츠와나-나미비아-남아공으로 갈 대략적인 계획이었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짧았다. 거기에 나라들마다 50불 100불 하는 비자 가격도 부담이 되었고, 국경비자가 있는 곳도 있지만 그전에 며칠에 걸려 받아야 하는 것도 있었다. 위에 있는 루트 다 가려면 이집트에서 10일쯤 출발한다는 가정하에 매일 움직여도 과연 시간안에 케이프타운에 도착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게 어차피 다 못 가게 될 것 이라면 남들 많이 안 가는 모리셔스와 마다가스카를 비행기 타고 갔다 남아공으로 갈 계획을 짜 봤다. 모리셔스, 마다가스카 모두 아프리카라기엔 섬나라로 다른 매력이 있는 곳 이었고, 평소에 가긴 그만큼 더 어려운 곳이니 가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문제가 실제로 아프리카라 할 곳은 못 본다고 보는게 맞다. 마다가스카는 아프리카와는 생태계도 다를 정도로 다른 곳이라고 되어 있었다. 나머지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밤은 인터넷이 똑바로 안되는 관계로 내일 낮에 나가 인터넷을 쓸 곳을 찾아 정확한 금액을 확인한 후 결론을 내려야 했다,
이제서야 아프리카가 얼마나 거대한 미지의 세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분위기는 좋았다만 먹을것은 빵밖에 없던 뭔가 부실한 모로코식 아침
복도부터 객실까지 모두 아름답던 El Farris, 하지만 카드 받는다고 되어있으면서 방값같은 큰 돈을 현금을 받아먹어 정떨어진 곳이었다
용감하게 이사간다고 나왔다..
하지만 결국 미로속에서 헤매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사가는 곳 아저씨께서 픽업을 와 주셔서 따라가는 중
여기 주인처럼 유럽인인데 이곳와서 민박하며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곳에서도 역시 웰컴 드링크로 민트티를 대접해줬다
보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양쪽 벽에 끼어 자는 느낌에 바로 옆은 정원으로 연결되는 베란다 미닫이 문밖에 없고 암튼 어제 대비 매우 맘에 안든다
다시 찾아오겠다고 대문 찍어 놓은 것. 괜히 미로가 아니다
메디나를 벗어나면 노점상들과 택시들이 보이고 여기부턴 큰 건물등이 보인다
그래도 도시같은 느낌의 신시가지
라코스테, 아디다스, 자라등 유명상표들. 그저께까진 수없이 보던건데 그래도 여기서 보니 매우 반갑다
외국브랜드 모여있는 곳 답게 카페들도 나름 파리스타일의 노천들. 카드는 기본 ㅋㅋ
이것이 바로 올리브 범벅 치킨 타진
길에서 본 카르푸 광고! 왠지 신의 계시인것 같아 내일 가보기로 했다 ㅋㅋ
바나나와 음료수를 들고 다시 미궁속으로. 그래도 다행히 많이 안 헤매고 돌아왔다.
아름다운 모로코식 조명
밤이 늦도록 깊은 고민에 빠져 침대서 딩굴거리던 나.여행 다니면서 했던 고민 중 가장 컸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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