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1/10 Gordon Ramsay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Maize Grill

우리가 탈 모로코행 비행기는 이틀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이번에 밀리면 과연 언제나 갈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1주일간 계속 되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한 비행기 결항들은 계속되고 있었다. 일부는 취소를 하고 일부는 비행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결론은 1주일치의 여행자들이 꾹꾹 쌓여 있기에 월요일 사람들은 화요일로 변경했다가 화요일에 원래 타기로 했던 사람들과 함게 목요일로 변경되고 그런식으로 죽죽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드디어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고 오늘부터 드디어 노선별로 운행이 재개되고 있었다. 우리처럼 필사적으로 아일랜드를 탈출했던 사람들은 보람이 두배가 되도록 영국과 아일랜드간 운행하는 노선들은 우선 비행기가 다른 곳으로 추가 투입되고 맨 뒷전으로 밀려 언제 정상적으로 운행 될 지 모르게 되었다.

우리와 함께 민박에 머물며 비행기가 뜨기만을 기다리던 그리스로 가야 하는 한 분도 다행히 오늘 출국할수 있었고 우리역시 내일 모레 모로코로 갈 준비를 하나씩 할 수 있게 되었다. 런던은 우리가 체류한 도시 중 뉴델리, 두바이와 더불어 단일 도시로 가장 길게 머문 도시가 되었는데 숙소는 하루 빼놓고는 계속 러브액추얼리 하우스에 신세를 지고 있어 환기도 할 겸 마지막 1박은 호텔에 묵기로 했다.
저번에 부활절 때 갔던 것 처럼 런던에서 가장 저렴히 잘 수 있는 방법인 듯 한 lastminute.co.uk의 top secret호텔로 가격대비 괜찮은 곳을 찍은 후 moneysavingsexpert에서 찾아보면 미친듯한 호텔가격을 자랑하는 런던에서도 꽤 좋은 가격에 좋은 호텔을 갈수 있어 오늘은 페딩턴역에 있는 힐튼호텔을 10만원 정도에 갈수 있었다.

호텔은 방이 엄청 좋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역에 붙어 있어 움직이기 편리하고 민박집과 큰 차이 안나는 가격을 감안하면 매우 훌륭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체크인을 한 후 내일 한국으로 보낼 소포에 넣을 조카 선물도 살 겸 바로 나왔다. 노천 레스토랑 카페등이 골목에 있는 Carnaby St, 자주 오게 되는 Regent St.을 들러 런던의 명품거리라는 Bond St.까지 갔다.
본드 스트리트는 사실 이번이 처음인지라, 그래도 유럽의 주요도시인 런던이니 적어도 상제리제나 몽테 나폴레오네와 견줄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휑한 길거리의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본드스트릿 들러 근처에서 공항버스 표 예약했던 것을 프린트했다. 비행기표나 호텔예약등은 굳이 프린트를 안 해도 되는데 버스표는 반드시 프린트 한 티켓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다. 우리가 마라케쉬 갈 때 가게 되는 공항은 Luton공항이었는데, 예전 아일랜드에서 오려고 교통편 중 가장 싼 것을 찾다 보니 easyjet에서 운영하는 easybus가 있어 예약을 했었다. 이지버스는 저가항공처럼 시간과 예약시점에 따라 가격대가 무려 2파운드부터 10파운드까지 다양하게 적용되었으나, 화산 폭발로 결국 우린 이용을 못한 채 취소를 하니 자기네 사이트에서 사용할수 있는 기한 1년짜리 크레딧으로 돌려줘 이번에 갈 때 다시 쓸수 있었다. 저렴한 비행편을 끊게 되니 필수적으로 시간대는 새벽 6시 출발이었고, 고민끝에 내일 늦게까지 민박집에 있다가 밤12시에 나와 새벽 1시 30분 버스를 타고 가서 공항에서 몇시간 노숙을 하다가 가기로 했다.
프린트는 인도인이 경영하는 옷가게 2층 다락방같은데 붙어 있는 pc방을 찾아가서 깎아서 한장에 20펜스에 완료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 저녁은 헬스키친(Hell's Kitchen)이라는 주방 리얼리티 쇼로 유명한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사 중 한명인 Gordon Ramsay가 운영하는 곳을 가려고 예약을 해 두었다. 영국에서 워낙 빈하게 오래 있게 되어 한번쯤은 fine dining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곳을 가려고 찾아보다가 고든 램지가 하는 레스토랑들을 찾게 되었는데, 사실 램지고든은 런던에만 10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문어발식 비지니스 신공을 펼치고 있었고 그중 가장 flagship인 Ramsay는 가격도 가격이고 우린 입고갈 formal한 옷과 구두도 없고... 무엇보다 이미 오래전에 예약이 끝나버려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캐주얼하게 갈수 있는 곳 중 알아보니 Maze 그리고 그 옆에 함께 있는 Maze Grill이 우리가 가기에 괜찮아 보였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메이즈는 퓨전요리쪽이라 하고 그릴은 말그대로 그릴 요리위주라 하여 고민끝에 그릴로 선택을 했다. 게다가 저녁을 early bird로 일찍 먹으면 상당히 저렴한 편으로 먹을수 있어 우리야 어차피 싸게 먹으면 장땡이니 그시간에 맞춰 예약을 해서 다른때보다 이른 5시반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Grosvenor Square에 넓은 잔디밭을 바라보며 있는 레스토랑은 같은 문으로 들어가 왼쪽은 메이즈, 오른쪽은 메이즈 그릴이었다. 처음 서버가 가져다 준 메뉴에는 얼리버드 스페샬이 없어 다시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메뉴를 갖다 줬는데 2코스는 18파운드, 3코스는 21파운드로 정말 많이 저렴했다. 애피타이저나 메인이나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대단하진 않았다. 특히 달룡이 메인으로 시켜준 스테이크는 미국에서 먹으면 애들 사이즈나 될까 할 정도로 작아 뉴욕스타일 스테이크집을 표방한다는 레스토랑으론 살짝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fine dining 같은 분위기를 살짝 내며 기분 좋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4개월간 다사다난하고 물가비쌌던 유럽을 마무리하는 둘만의 망년회 같은 평온하고 날씨좋던 런던에서의 마지막 하루였다.

페딩턴 역에 붙어 있다시피 있어 위치가 매우 편했던 힐튼 호텔.


영국이라면 어느 급의 호텔이건 반드시 구비되어 있는 티메이커 세트.

생각보다 소박한 모습에 놀랐던 BBC 건물

런던안에서도 북적거리며 더욱 활기넘치는 모습이었던 카나비 스트릿

잃어버린 지갑을 대체할 싸구려 지갑도 사고 옷도 사고 선물도 산 날. 이제 아프리카를 가려고 하니 나름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Maze 레스토랑이 있던 시내지만 한적했던 Grosvenor Square

너무 formal하지 않아서 우리같은 여행자들도 가는데 부담이 없던 maze 그릴

기대했던것보다 부실해보여 실망했던 스테이크와 기대가 없어서 더욱 맛있게 먹을수 있던 내 토끼요리

비행기는 오늘부터 재게되었지만 라이언에어는 uk와 아일랜드간 노선은 계속 취소. 배타고 탈출하길 잘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