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6/10 룩소르의 현인 만도를 만나다

룩소르의 이베로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호텔을 소피텔로 옮겼다. 룩소르는 관광의 도시 답게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었고 지금은 비수기라 가격이 싸게 나온게 꽤 많았다.
오늘 가는 곳도 accor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니 조식포함 무려 51유로밖에 하지 않았다. 룩소르의 소피텔은 큰 길가로는 Winter Palace라는 이름으로 5성급, 안쪽은 Pavilion이라는 이름으로 4성급이었는데 우린 당연 후자지만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면 매우 감지덕지 했다. 그리고 예약할때 봤던 많은 평답게 체크인시부터 고객응대 수준은 다른 곳보다 많이 정중하고 훌륭한데 거기에 플러스로 우릴 suite로 업그레이드까지 해줬다. 방이 많이 고급스럽진 않아도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고 tv가 lcd로 두대란 점은 거의 매일 한 방에서 생활중인 우리에겐 꽤 특별했다. 그래서 원래는 내일은 싼데로 옮기려 했다가 이 가격에 이 방에서 연장도 시켜줘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짐을 풀고 우리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만도를 찾으러였다. 여행 준비하려고 찾아보다 보면 누구나 당연히 알게 되지만 만도는 나쁘게 말하면 삐끼, 좋게 말하면 현인이시다. 투어 상품, 호텔 알선 등 여행관련 부터 저렴한 가격에 한식까지 못 하는게 없다고 들었다. 대부분 원치 않아도 기차역에서 내리다 보면 만난다고 들었는데 우린 어제 저녁 아스완에서 올라와 그런지 몰라도 못 만났다. 그래서 만도의 식당이 있다는 엘 살람 호텔을 찾으러 갔다. 룩소르 역 가는 큰 길에 있다고 들은 호텔이 보이지 않아 살짝 헤메다 pc방(이래봤자 뻥 뚫린 건물 1층에 이동식 에어컨같은거 하나)에서 물어보니 바로 옆 코너를 도니 있었고 드디어 그곳에서 만도를 만났다.

만도는 전혀 한국에는 가본적도 없고 관련도 없는데 어쩌다 보니 한국말을 깨우친 작은 체구의 이집트인이었다. 얘기를 듣긴 했지만 쉬운 언어도 아닌 한국어를 상당히 잘 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우린 이 현인께 두가지를 요청했다. 첫번째는 서안투어.(West Bank tour) 그룹 투어보단 개인적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강 건너편이라 배를 타고 건너가도 지역이 넓어 담합된 택시 삐끼들과 흥정하여 다녀야 했기에 투어를 신청했다. 어차피 투어 가격도 거의 학생/어른 가격으로 정해져 있는 터라 밖의 여행사들에서 열심히 흥정해봤자 여기 가격밖에 안 된다는 수많은 선배님들의 얘기를 듣고 예약을 했다. 그리고 두번째는 학생증. 중동 여기저기도 그렇지만 이집트는 특히 외국인과 로컬 가격이 다르고, 학생과 어른 가격이 많이 달랐다. 떳떳한 합법과는 거리가 먼 것 이었지만 뭐 이집트같이 외국인들은 비싼 기차밖에 못 타게 하는 등 대놓고 외국인 상대로 국가가 사기쳐먹는 나라에서는 가짜학생증 정도는 애교가 아닐까 싶었다 -_-; 가격도 100파운드인가 해서 내일 서안투어 할인받고 카이로 가서 박물관 할인 받으면 제작비용은 빠지고 남는다. 피라미드 먼저 갔다 온 것은 조금 아깝지만..

내일 투어는 아침 8시까지 호텔앞으로 픽업을 온다고 하고 아이디는 우리 나이가 많아ㅜㅜ학생증은 안되고 교사증으로 된다며 4시반까지 다시 오라고 했다.  영국떠나 한식을 먹은 적이 없어 만도네서 먹을까 하다가 준비시간이 걸린다 해서 다른 한국 식당위치가 쉐라톤 호텔 근처에 있다고 듣고 그쪽으로 나섰다. 만도가 택시도 불러줄까 했지만 콜을 하는 택시가 사기는 안 당할수 있어도 제일 쌀리는 없기에 사양하고 나와서 5파운에 택시를 잡아타고 식당으로 갔다.
룩소르같은 작은 동네에도 한식당이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가격을 떠나서 맛이 영 별로였다. 현지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져도 그렇지 주인 자체가 한국분이 아니신지 반찬들의 맛은 한국음식에서 영감을 얻은 퓨전수준이었다. 뭐 그래도 우린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 반가웠다.

밥을 먹고 호텔 수영장에서 휴식을 하다가 아이디 만들러 다시 만도를 찾아갔다. 만도는 우리를 데리고 큰길을 건너고 골목을 세번 꺽어 작은 여행사로 데려갔다. 거기서 이름이랑 생일 같은 것을 적어 줬더니 바로 국제교사증이 나왔다. 교사증도 학생증처럼 모든 혜택을 받을수 있다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서 완전히 같은 건 아니었다. 특히 남미쪽은 두가지의 차별이 꽤 커 국제교사증은 이집트 이후로 거의 무용지물이었지만 뭐 우린 나름 기념품 하나씩 생긴 기분이라 마냥 재밌었다.

만도에 대한 글을 찾다 보면 외국에 와서 한국말을 하며 한국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 하시는 분들, 생각도 안 하고 왔다가 기차역에서 만나신 분들, 기대하고 왔다가 그래봤자 삐끼라며 어째 다른 곳보다 비싼것 같다고 후회 하시는 분들 등 다양하다. 우리 생각은 어차피 만도가 종교를 전도하려고 무보수로 서비스하는 사람도 아니고, 기차 예약부터 식당까지 상당히 다양한 서비스를 이 정도면 가격대비 훌륭하게 하고 있지 않나 싶었다. 다만 a부터 z까지 모두 맡기고 시켜먹으면 그 만큼 돈이 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기차역이 먼 것도 아니고 다른 도시에서도 다들 알아서 예약 하셨으면서 여기왔더니 그것도 만도한테 시켜놓고 몇백원 더 비싸다고 하는 것은 어찌보면 맨손 맨발로 익힌 한국어를 하면서 꽤나 정확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하는 청년에게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아까 택시도 그렇지만 우리가 되었다고 했을 때 더 이상 그걸 강매하거나 하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자기의 한국어 스킬을 이용하여 다른 곳 보다 몇배 더 비싸게 팔아먹거나 가격대비 이상한 곳 부터 팔아먹는 진짜 사악한 삐끼와는 거리가 먼, 생각보다 조용한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인도 중동 거쳐오면서 그쪽 도시들도 만도만한 사람 한명씩만 있어도 여행이 많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결론은 언제나처럼 자신이 할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하고 어려운 부분은 만도의 도움을 받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일은 없다. 하지만 사람과 상황은 언제나 바뀔수 있으니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자. 


룩소르의 소피텔 파빌리온


우리의 피씨방이 된 스낵타임이 있는 룩소르 신전앞
시장통같은 룩소르의 기차역 앞 길

한국식당 김가네가 있던 쉐라톤 호텔 근처

맛은 좀 많이 없었지만 오랜만의 한국음식이 반갑다. 와이파이도 엄청 잘된다ㅋ

윈터팔래스와 함께 써서 그런지 크고 좋던 소피텔 수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