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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까지 타고 간 비행기는 Lufthansa였는데 독일 회사로만 알고 있던 루프트한자 였지만 이태리에서는 이 나라의 국내선처럼도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항공밖에 없었다면 비쌌을 것 같은데 루프트한자 덕분에 마드리드까지 인당 65불에 갈수 있었다.
마드리드에 도착을 하고 나니 이미 저녁 8시. 늦었지만 가장 싼 지하철을 타고 시내까지 들어가려는데 지하철 타는 곳이 우리가 내린 터미널에서는 멀어 공항안을 15분 이상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는데 달룡이의 배낭이 세번인가 열렸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가방에 짐을 많이 넣어 열린것 같다고 하는 달룡이 말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며칠 후 그게 자연적 현상이 아닌 것은 알게 되었지만 암튼 이날은 아무일 없었다.
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우리를 세 번 놀라게 했는데, 이미 공항이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다는 게 다녀보면 유럽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라서 놀라웠고 두번째는 무려 지하철이 엄청 좋은 것에 놀랐다. 이태리의 쓰레기 지하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깨끗하고 완전 정상이었다. 스페니쉬를 쓰는 나라라기에 막연히 우리와 친숙한 히스패닉인 멕시코나 남미 같은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우리에게 보기좋게 이 곳도 유럽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람들도 다른 유럽인들과 다를바 없었으며 다만 언니들이 바지를 까먹고 왔는지 쫄쫄이 차림으로 다니는게 특이했다. 세번째는 무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많던 노선들이었다. 밀라노만 하더라도 지하철 노선이 세 개 밖에 없고 다른 도시들도 노선이 많은 곳은 파리나 런던 말고는 대부분 3개 밑이었던 것 같은데 무려 12개... 미친듯이 얽혀있는 노선들 덕분에 한눈에 봐서는 어떻게 가는게 가장 빠른지 잘 들어오지도 않아서 우리도 본의아니게 10분정도 더 걸려 목적지인 Sevilla역에 내렸다. 지상으로 나와보니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웅장하고 멋있는 도시가 보였다. 우리가 예약해 둔 숙소가 있던 호텔이 꽤 시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더욱 그랬겠지만 주변에는 다 왕립극장같은 건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마드리드의 일정은 대략 3박을 하는데 이틀은 오늘 가는 시내 숙소에서 자고 남은 하루는 공항 근처 호텔에서, 그리고 새벽 비행기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갈 예정이었다. 오늘 숙소는 호텔인지 호스텔인지도 정확히 안 써있고 단지 "Regional"이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시내 중심이라 위치도 좋고 가격도 35불로 싸서 화장실 딸린 방으로 5불을 더 내고 예약을 했다. 적어간 주소를 손에 들고 물어물어 그 주소를 찾아갔는데 그 근처 어디에도 호텔이나 호스텔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주소를 가지고 간신히 찾아가니 철문에 붙어있는 벨에 코딱지 만하게 regional이라고 적혀 있어 벨을 눌렀더니 왠 아줌마가 내려왔다. 부다페스트에서 갔었던 만드라고라처럼 자기네 건물이 아닌 일반 아파트 같은 건물의 한두 층을 호스텔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아줌마는 다행히 우리가 오는건 알았는지 별로 묻지 않고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우리 방은 처음 봤을 때는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는데 아줌마가 나간후 짐을 내려놓고 천천히 살펴보니 쓰레기가 이런 쓰레기가 없었다.
2인용 더블이라지만 슈퍼싱글같은 작은 사이즈에 가운데가 푹 꺼져서 몰리는 침대는 기본이고, 베개은 둘이서 같이 쓰도록 고안한 긴 원통형 베개였다. 배갯속은 걸레같은 필링으로 차 있어 우리는 우리 베개를 베고 잤다. 차라리 아무 가구가 없으면 나을지도 모르겠는게 안그래도 좁은 방 한켠에는 리사이클을 하셨는지 페인트로 쓰레기처럼 대충 칠해진 옷장이 있었고 tv는 현지어 채널 한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신호가 잡혔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화장실이었는데, 5불을 더 내고 화장실 딸린 방을 왜 했나 모르겠다. 침대에서 30센치 정도 떨어져 있는 화장실은 문도 없이 커텐용도로 나무구슬을 엮은 발 같은 것이 매달려 방과 화장실을 분리해주고 있었다. 생생한 소음과 향기까지 현장감 가득하게 전해주는것은 기본이다.
술 쳐먹고 간편히 화장실 가서 토하라는 배려의 디자인인가 본데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이 밤중에 갈 곳도 없고 돈을 환불 받는다는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그래도 위치가 좋다는 것과 무료로 와이파이가 있다는 것에 고마워하고 이 쓰레기 같은 곳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보는 대한항공. 우리한테 도시락 한개씩만 주고가지..
북유럽에서 3시간 넘게 밀라노로 내려오면서 눈은 이제 끝인줄 알았는데 하얗게 뒤덮힌 밀라노를 3월에 볼줄이야
스낵을 무료로 주는건 감사한데 컵으로 된 샐러드 하나에 브레드스틱같은 과자 부스러기 몇조각이 전부..
3시간 날아 창밖에 보이기 시작한 마드리드
터미널에 내려 미친듯이 걸어 지하철 타러 가는 중
깜짝 놀라게 꺠끗하고 에어컨도 나오는 마드리드 지하철
생각보다 너무 아름답고 그랜드했던 마드리드의 첫인상
사진으로는 1/100밖에 안 느껴지는 쓰레기같은 우리방. 화장실은 차마 찍을수조차 없었다. 위에 대충 걸려 있는 에릭바나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방이 좁아 우리의 작은 트렁크를 열어놓을수도 없었는데 쓸데없는 가구들은 왜 넣어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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