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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빛을 제대로 컴컴하게 차단해 주는 커튼을 걷고 밖을 내려보니 프라하에는 또 엄청난 눈이 오고 있었다. 일주일째 오고 있는 눈이라는데 참 대단하다.
옷을 주섬주성 챙겨입고
어제도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특급호텔의 아침은 실로 오랜만이라 기대를 잔뜩 하고 내려갔는데, selection은 나쁘지 않았지만 몇몇 가지 음식은 영 별로였다.
특히나 내 조식의 절반에 해당하는 베이컨이 말라비틀어져 바삭한게 아닌 단지 딱딱한게 영 별로였다. 오랜만에 보는 에그스테이션에서 오믈렛을 하나 해달라니까 계란은 스크램블드나 프라이드가 여기 있다는 어이없는 대답에 오믈렛은 안되냐 하니 그제서야 마지못해 잠깐 기다리라며 하나 해줬는데 그마저도 양파 하나 안들어간 완전 plain이었다.
배는 부르게 먹었지만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한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방에 메이드가 들어오는 것 이었다. 미처 우리가 놓은 do not disturb사인을 보지 못했던 듯 내가 문을 열러 가니 그제서야 sorry를 연발하며 다시 닫았다. 원래는 12시쯤 체크아웃을 하려고 했다가 방에 특별히 할것도 없고 오늘은 독일에 사는 달룡이네 친구인 유진씨네
체크아웃을 하는데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음에도 불구하고 대꾸도 없이 옆에 년이랑 지네말로 떠드는 어이없는 직원의 태도는 이 호텔의 하이라이트였다. 게다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1크로네가 부족하여 환율 따져보니 70원 정도 되길래 유로 동전 50센트를 꺼내어 이거를 1크로네로 바꿔줄수 있냐 했더니 그딴 동전은 여기선 필요없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더니 옆에 애가 중얼중얼 현지어로 하더니 그냥 가지라며 1크로네를 줬다. 이런 개념없는 호텔 직원은 두바이 이비스 이후에 처음이었다. 그나마 그곳은 3스타이기나 하지 여긴 명색이 5스타라는 곳이 일을 이따구로 한다니. 난 오늘 이년에 대한 평을 남기기 위해 처음으로 트립어드바이저에 가입을 했다. 싸게 때리는 방값을 메꿀 기세로 물부터 수영장, 인터넷까지 15유로 이상 받아 처먹는 호텔이면 직원교육이라도 똑바로 시켜야 할 듯 하다.
암튼 씩씩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어제 갔던 역으로 렌터카 사무실이 있는 인터컨티넨탈을 찾아가니 중간 환승역인 museum에서 갈아타는데 표검사를 한다. 기분나쁜 건 다른 사람은 하나도 안 하고 외국인인 우리에게만 보여달라고 한다. 말만 들었지 진짜 관광객만을 표적으로 검사를 하니 매우 기분이 나빴다. 이미 일진이 더러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이 뒤 일진은 괜찮았다. 인터컨티넨탈까지 어제의 예습덕분에 헤매지 않고 찾아 차를 빌렸다.
디젤은 아쉽게도 없다하고 차도 오펠말고는 오토가 없다하여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오펠을 받아 독일로 출발했다. 렌터카 직원이 자기도 오펠은 안 좋아하지만 이차는 좀 낫다고 하더니 정말 차는 나쁘지 않았다. 1.8짜리 zafira라는 차인데 살짝 카렌스 느낌이 나는 rv형 웨건이었는데 동급에서 차도 넓은 듯 하고 기어도 오토이긴 하지만 스마트 같은 반오토 같은 느낌이라 연비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차 상태도 스크래치도 거의 없어 깨끗했으나 역시 졸려보이는 오펠의 디자인은 영 별로였다.
차는 트랜스미션이 반수동인듯 살짝 울컥 했지만 반수동에는 익숙한 우리라 나쁘지 않았다. 길도 제설작업을 꽤 해서 달릴 만 했으며 큰 문제없이 고속도로에 올라타 2시간 정도를 달려 체코를 벗어났다.
EU끼리라고 국경도 없이 독일 사인 나오더니 독일땅으로 들어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마케도니아 가는 사람 짐까지 샅샅히 뒤지던 불가리아 생각이 많이 났다.
한시간 정도를 더 달려 도착한 유진씨네 집이 있는 Hirschau라는 동네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도착하니 배가 좀 고파 집 위치도 물을 겸 동네 카페에 들러 케익과 커피를 먹었다.
유진씨네 집은 카페에서 다음 신호에서 오른쪽으로 꺽으면 바로 가까이 있다고 해 너무 쉽게 내비게이션도 없이 찾아가 버렸다.
비싼 로밍폰 대신 집에 벨을 울리니 깜짝 놀라 뛰어 내려와 우리를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줬다.
밤새 눈이 미친듯이 다시 온 프라하
지하철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멍멍이. 고놈 많이 타봤나보다
차 받자마자 사진 한장 찍을 여유도 없이 바로 출발한 우리. 그래도 도로 사정은 비교적 괜찮았다
드디어 Hirschau도착
앞으로 우리와 12일동안 함께 할 오펠 Zafira. GM차답게 생겼다
달룡이의 유년시절 친구인 유진씨는 미군으로 한국에 와 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여 지금은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와서 살고 있다. 유진씨의 남편인 Keith씨는 나와는 처음 본 사이지만 일리노이 출신이라 그런지 잘 통했다. 처음보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우리를 위해 준비해둔 동네에서 생산된다는 다양한 병맥주들 덕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아침부터 신경쓰이는 운전을 한 탓인지 난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깨서 유진씨가 차려준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반찬까지 깔아놓고 된장찌게에 불고기까지 먹으니 완전 진수성찬이었다. Keith씨는 유진씨 덕분인지 못먹는 한국음식이 없었다. 그동안 아파트를 빌려 있어봐도 이렇게 집 같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너무나 편히 해준 두분 덕분에 실로 여행떠나고 처음 집에 온 느낌이었다.
밥을 먹고 달룡이는 유진씨와 밀린 수다를 떠는 동안 난 밀린 dvd를 구웠다. 7년된 골동품인 내 노트북은 인도에서 공dvd를 사고서야 cd만 구울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달룡이거야 네트북 수준이니 아무 odd가 없어 아부다비 에미레이츠 팔레스에서 방에 놓여있는 노트북으로 굽고는 지금까지 계속 사진 찍은 것들이 밀려 있었다. Keith씨의 노트북을 빌려 굽는데 17인치에 블루레이드라이브까지 있는 얼마전에 새로 산거라 하더니 완전 날라갔다.
특급 호텔보다 더 편히 잘수 있던 유진씨네 손님방
17인치에 블루레이 드라이브까지 있는 최신형 Keith씨 노트북과 언제 죽어도 이상할것 없는 나의 tr3a
교회의 종소리 빼고는 너무나 고요하고 한적한 아름다운 Hirsch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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