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10 유네스코 유산인 릴라 수도원에서의 춥고 힘들었던 1박

오늘의 일정은 이 나라 최대 관광지라는 릴라 수도원에 가서 1박을 하는 것이다.
전화연결이 끝내 되지 않아 수도원의 객실 예약은 실패해서 오늘 가서 방이 되면 자고 아니면 그냥 오던지 근처의 호텔에서 잘 심산으로 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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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12시정도라는 것을 알고 트램을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릴라수도원 쪽으로 가는 버스는 우리가 내렸던 중앙터미널이 아니라 동쪽 터미널에서 타고 가야했는데 수준은 중앙터미널에 많이 못 미쳐 매우 낡고 구식 정류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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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듀프닛사라는 곳을 가는 버스표를 5레바씩 주고 구입한 후 거기서 다시 릴라 수도원행 미니버스를 5.5레바씩 내고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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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소비에트식 건물이라 불리우는 우리나라 같은 그냥 네모나기만 한 아파트들이 많이 보이더니만 지방역시 마치 우리나라 시골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미니버스를 타고 산길따라 수도원에 올라가는 길도 마치 우리나라 단풍길 같은게 불가리아에서 여러모로 우리나라 같은 풍경을 느꼈다. 중간에 갈아타고 산넘고 물건너 릴라 수도원에 도착하니 4 거의 다 되어갔다. 이 버스가 5시반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 만약 방예약에 실패하면 이걸 타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수도원의 문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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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이라길래 그냥 교회 같은게 하나 있을까 싶었는데 전체적인 모습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벽돌의 색도 흰색과 빨간색이 알록달록한게 왠지 교회보다는 절 같은 모습이었다. 우선 방을 찾아 객실 예약하는 곳으로 갔더니 문이 잠겨 있고, 전화를 하니 받지도 않는게 우려하던게 현실로 일어나나 싶었는데, 그때 마침 담당 수도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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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달린 갈색 로브와는 거리가 먼 까만 도포 자락에 네모난 모자가 교회보다는 모스크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산적같이 생긴 수도사가 담당자였는데 빈방을 물어보니 dorm은 없고 화장실 딸린 비싼 방만 있다고 한다. 가격이 60유로로 절대 싸지 않은 방을 오직 유로로 현금으로 받고 오늘 이곳에서 묵으며 기도를 드릴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내용의 레터에 사인을 하게 한 후 방 키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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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가보니 10불짜리 호스텔 같은 방에 싱글 침대 두개가 덜렁 있었고, 그래도 화장실에는 뜨거운 물이 나왔다. 사실 방 상태는 이미 리뷰들을 읽어보고 온 터라 큰 기대를 안 했고 그래도 유네스코 유산인 이 수도원에서 일박 해보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했다.

 

아침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 한채 버스를 타고 온 지라 배가 고팠는데 수도원 뒷문으로 나가보니 사람들이 꽤 긴 줄을 선 것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우리도 줄을 섰는데 보아하니 어떤 도너츠 같은 빵을 10 20개씩 사가는 것이었다. 30분정도 지나서 우리 차례가 되었고 우린 10개에 5레바 하는 빵을 20개 샀다. 빵은 도너츠 같은 기름에 튀긴 넙적한 빵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여기에 파우더 슈거를 잔뜩 뿌려 먹으니 배도 고팠던 터라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산 턱에 물리도록 먹고도 5개 이상을 남겨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도너츠를 먹고 방에서 쉬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찾아왔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지만 수도원의 문들은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우리와 경비원 한명 말고는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데 영어를 못 하는 경비원한테 밥먹는 시늉을했더니 문을 열어주긴 했는데 문 바깥은 완전 암흑천지라 뭐 하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인데, 이런 곳에서 레스토랑을 찾으러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노릇이고.. 꼼짝없이 방에 돌아와 어제 산 미스터 박 라면이나 뜨거운 물 받아 뽀글이를 해봤지만 역시 못 먹을 맛에 실패하고 좌절하여 잠을 청했다.
꽤나 낭만있을 것 같던 수도원에서의 일박은 완전 나의 착각으로 단지 추운 방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쓰러져 자야만 했다.


트램 티켓과 펀칭기계. 자율적으로 찍고 불신검문만 하니 무단승차가 많을수 밖에 없다


메인 버스 터미널과 비교되는 릴라(듀프닛사)행 터미널

소피아와는 다른 한적한 듀프닛사의 거리 모습

산넘고 물건너 드디어 도착한 수도원. 상상하던 수도원의 모습보단 많이 알록달록하다

수도사의 모습에 그닥 어울리지 않던 릴라사의 객실담당 수도사

그리 비좁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없던 60유로짜리 방

왠지 절같은 느낌이 났던 수도원의 복도

깊은 산속이라 자연 에비앙일듯 한 물이지만..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수도원 뒷문 밖에 줄선 행렬. 몇명 안되어 보이지만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캔디, 잼 등 몇가지 다른게 있었지만 단연 인기는 도너츠같은 빵과 요거트. 이미 요거트는 매진


별거 아닌 도너츠 맛이면서도 맛있다. 하지만 줄 선 것이 아까워 너무 많이 샀다


어디선가부터 우릴 따라다닌 고양이. 자꾸 방문을 열어달라고 문 앞에서 야옹거렸지만 차마 그럴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