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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호스텔에서 푹 쉬어본 결과 다행히도 우리 둘다 버스 사고의 여파는 크게 없는 것 같았다. 달룡이는 얼굴이 조금 멍이 올라오고 긁힌곳에 엷은 딱지가 생겼고, 허리 같은 데가 조금 쑤신다고 했는데 심하지는 않다고 했다. 난 붕 떠서 몇미터 앞으로 날랐는데도 몸이 약간 뻐근할 뿐 멍이 들거나 심하게 아픈 곳은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포사다스에서는 이틀을 예약을 했던것이고 휴식차 여기서 더 오래 지체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 우린 원래 이곳에 정박하게 된 소기의 목적인 트리니다드 구경을 나섰다. 트리니다드는 16세기쯤 스페인에서 남미에 처음 정착할때 현지인들을 선교하겠다고 세운 초기 교회 유적이다. 이 내용은 영화 미션에 잘 나온다고 하나 난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론리플래넷 남미편 맨앞 컬러 페이지에 이 유적지의 사진을 보고 PS3로 불태우던 Uncharted라는 게임이 떠올라 꼭 가보고 싶었다. 사실 이쪽 일대가 모두 선교 활동과 초기 정착이 심하던 곳이었고 우리가 어제 사고가 났던 San Ignacio에도 비슷한 유적이 있기는 하나 규모나 보존상태가 차이가 난다고 했다.
포사다스에서 트리니다드 가는 것은 쉽지는 않았다. 우선 국제선 버스를 타고 파라과이 도시인 Encarnacion으로 넘어가야 했다. 버스타는 곳은 호스텔에서 8-9블록 정도 떨어져 있어 그곳가서 걸어가 정류장에서 기다렸더니 Encarnacion이 적혀 있는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 국경에 내려 도장 찍고, 다시 버스 올라타 이구아수에서 흘러온 큰 강을 건너니 파라과이 국경이었다. 며칠이나 있을것이냐는 말에 하루 보고 돌아간다고 가니 서류 작성도 필요없이 도장을 받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시내 터미널로 들어갔다. (두 국경 모두 시간이 지체되어 버스가 가버려도 다음 아무 버스나 타면된다. 티켓 보여주면 돈은 다시 안낸다)
Encarnacion은 영어 incarnation과 같은 단어인가보다. 우리 포사다스 있던 주의 이름은 Misiones고, 여기 도시는 Encarnacion이라니 개척시절의 로망이 절로 생각나는 지명들이었다. 이구아수에서 흘러온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국경을 지나 터미널 가는 시내는 거의 모든 것이 아르헨티나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쇼핑 특구같은 분위기였다. 고급스러운 쇼핑몰같은게 아니라 전자제품이나 생필품등을 놓고 파는 곳이 많아 보였다. 터미널에 우선 돈을 들고 좌판에 앉아있는 환전꾼에게 환전을 했다. 환전은 딱 교통비와 입장료 정도만 계산을 해서 만5천원 정도인 50페소만 했다. 파라과이의 돈 단위는 과라니였는데 대략 10 아르헨티나 페소가 만 과라니였다. 환전 후 트리니다드 가는 버스를 찾아서 티켓 판매하는 여행사 같은 곳을 세네군데 들어가니 버스를 알려줬다. 버스비는 1만과라니였는데 버스의 상태가 지금까지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에서 보던 버스 보다는 비교도 안되게 열악한 낡은 버스로 시트는 비닐이 튿어져 안에 스폰지가 나와있고 당연히 안전벨트는 없었다. 인도나 스리랑카 같은데 시내버스보다 더 안좋은 시설을 보니 파라과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과는 차이가 확 나는게 느껴졌다. 더욱 신기한것은 버스에 들어오는 잡상인들이었다. 터미널에서야 그렇다 치지만 달리는 도중에도 길에서 손을 흔들고 올라타서는 콜라나 과자등을 팔았다.
버스를 타고 4-50분 정도 달렸더니 우리를 트리니다드라며 내려줬다. 유적지는 커녕 우리 말고는 사람 한명 보이지 않는 시골길 같은데 내려서는 안쪽 길로 걷기 시작은 했는데 아무리 봐도 유명한 유적지라는 생각이 안 들정도로 한산했다. 그래도 동네 사람들에게 트리니다드? 했더니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니 맞긴 한가본데 사인판 하나 찾을수 없는 주택가 동네길을 15분을 걸었다. 불량배같은 느낌의 동네 양아치들이 오토바이타고 붕붕거리는것도 왠지 무서웠지만 다행히 맞게 찾아왔나보다. 역시 도착해서도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휴게소 같이 생긴 건물이 표 파는 곳이었는데 문제는 표 가격이 우리가 알아온 가격과 많이 달랐다. 입장료가 론리플래넷에서 5000과라니라고 해서 책보다는 올랐을수도 있으니 돌아가는 차비 말고는 2만 과라니를 들고 왔는데 한 사람당 25000과라니라고 한다. 알고보니 이곳과 비슷한 주변의 다른 유적지들을 묶은 티켓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티켓을 판매하는 분은 돈이 이거밖에 없다는 우리에게 고맙게도 현지인 티켓으로 판매를 해줘 5천씩 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전체 이름이 La Santísima Trinidad del Paraná인 일명 트리니다드는 이쪽의 이런 유적지중에 가장 보존도 잘 되어 있고 크다고는 하지만 정말 한가했다. 주변에 사인도 없고 관광객도 거의 없을 정도로 한가해서 비록 찾아오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한가한 모습은 더욱 유적지를 멋지게 해줬다. 사진에서 봤던 것 이상으로 운치가 있는 트리니다드는 남미로 보물 찾으러 가는 언차티드1를 연상시키는 교회 및 기둥들이 너무나 멋졌다. 이쪽 일대에 있는 이런 곳들은 단순 교회가 아니라 당시 밀림인이나 마찬가지였던 현지인들을 현대식으로 교육하도록 학교도 만들고, 병원도 있는 집단 거주지를 만들은 건데 선교가 너무 커져 버리니 스페인 왕은 선교사를 추방했고, 선교사가 끊기자 마자 모두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고 공동화가 되었다고 한다. 건물들이 뼈대만 있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스리랑카 폴로나루와 유적과도 일맥상통했는데 이곳이 1600년대 유적이고 폴로나루와는 1000년대 것이라니 그런 곳이 도시의 모습이 남아 있는것이 참 대단하긴 하다.
트리니다드 유적지를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encarnacion 시내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버스는 마찬가지로 아무 버스나 손을 흔들어주면 태워주고 이곳을 지나가는 버스는 모두 Encarnacion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가 잡아 탄 버스는 아까 버스보다는 매우 시설도 좋고 깨끗했는데 가격은 5천 과라니밖에 안 했다. 결국 아까 천원 정도를 외국인이라고 더 받아 먹은 셈이었다. 포사다스 가는 버스는 터미널안에서는 출발을 안 해 밖으로 나와 버스를 잡아 타고 돌아오는데 이쪽 사람들은 출국은 도장을 안 받아도 되는지 아무도 국경에 내리지 않았다. 우리도 살짝 망설이다가 과연 파라과이를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것도 크고, 온다 한들 출국 도장 안 받은게 문제나 될까 싶어 그냥 아르헨티나로 넘어왔다. 돌아온 포사다스는 곧 축제가 있는지 온 도시가 marching band의 드럼을 연습하는 듯한 드럼소리로 밤새 시끄러웠다.
이 다리만 넘으면 파라과이 땅
원래는 5천인데 10000과라니씩 받아먹은 버스.
아르헨티나에 비해 훨씬 난잡하고 우리네 시골 장터같던 파라과이의 Encarnacion
버스에서 내려 표지도 없고 그늘도 없는 땡볓을 15분 걸어 가는 중
매표소에 도착해서야 등장하는 사인판
스페인의 옛영광과 선교사들의 꿈이 만들어낸 트리니다드
이 건물이 집합 거주 시설의 중심이 되는 메인 성당
선교사들이 오기 전까지 원주민들은 돌에 조각이란 것을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성당 외에 다른 용도의 건물들이 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Nathan이 되어 기둥에 매달려 점프하고 건물뒤에 총질하던 생각이 난다 ㅋ
터미널을 나와 포사다스로 돌아가는 버스 타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