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4/10 케냐의 빅마마라 불리우는 한국가든의 사장님

우린 결국 달룡이가 좋아지기까지는 며칠은 쉬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6개월 전에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서 6월 2일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넘어가는 비행기표는 사 놓은 상태이기에 고민끝에 케냐에서 육로로 탄자니아 보츠와나를 거쳐 남아공으로 들어가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해 일주일 정도 이 곳에서 푹 쉬다가 비행기로 남아공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다 그렇듯이 비행기 가격이 편도도 한 사람당 500불 정도로 너무 비쌌다. 이번 달에는 이미 모로코에서 이집트 가던 비행기표와 이집트에서 케냐까지 오는 비행기로 교통비는 충분히 썼기에 고민이 더 컸다.
결국 그동안 다니며 신용카드로 쌓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스타얼라이언스인 남아공 항공 티켓으로 케냐 나이로비에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까지 가는 티켓을 예약을 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인터넷은 계속 끊겨 가까스로 스카이프로 통화 연결이 되었는데 날짜가 길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5월 19일에 표가 있었지만 택스는 아시아나 사무소에 직접 방문해서 지불을 해야 하는데 케냐에는 아시아나의 사무소가 없는 관계로 달룡이네 언니한테 부탁해서 위임장을 지참하고 대리 티케팅을 하도록 부탁했고, 티켓은 e-ticket으로 무사히 받게 되었다.

여기서 하지 못한 사파리는 조금 아쉬웠지만, 우린 나름 남아공에서 더 좋은 대안을 찾게 되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케냐에서 비수기 가격으로  2박3일간 사파리 하는 비용에 조금 보태면 남아공의 그 곳에서 1박2일 맛뵈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아프리카 오면 누구나 다 하게 되는 야생 사파리에 비해 조금 특색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더 우리가 하고 싶었던 사파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역시 출발 3일전 알게 되었는데 온라인 예약은 안되고 해서 이메일에 로밍 전화까지 해가며 간신히 두개 남은 방 중 하나를 예약할 수 있었다. 이것 때문에 우린 위험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나가보지도 않고 바로 국내선을 타고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동을 하기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고생이야 당연지사 하겠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자연에 몸을 맡기고 해보고 싶던 사파리와, 몸바사, 잔지바르, 빅토리아 폭포 등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을 조금은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둘러보고 싶던 호기심은 결국 다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린 여행하며 그 어떤 유적지보다, 그 어떤 풍경보다 감동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한국가든 온 이튿날, 어제 저녁이 다 소화도 안된 것 같았지만 한국밥에 굶주린 우린 또 배부르게 먹고 방에 들어와 있는데 누가 방문을 똑똑 두들겼다.  첫날 인사도 대충 받으시고 매우 무뚝뚝해 보이시던 이곳의 사장님이셨는데 우리에게 먹어보라며 무려 갓 구운듯 따뜻한 한국식 빵에 보리차를 가져다 주셨다. 나간 김에 사오셨다는데 사실 지나가는 손님인 우리까지 생각을 해주셨다는 게 너무나 고마웠고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한국에서 제빵사 하시던 분이 오늘부터 시작해 직접 만드셨다는 곰보빵 단팥빵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지만 사장님의 마음 씀씀이가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그후 우린 멀리 움직이기 힘겨워 하는 달룡이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가든 안에 있으면서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주로 사장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얼마전 한국 tv에 "케냐의 빅마마"라고 나오셔서 유명세를 타기도 하셨던 모양인데 우린 한창 여행중이었던지라 그런 사실은 모르고 왔건만, 일하는 직원들이 살짝 이상해 보여서 유심히 봤더니 조금씩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인도 취직하기가 어려운 케냐에서 장애인들은 바로 굶어 죽는 수 밖에 없어 일부러 고용을 하셨다며, 한 명이 돈을 벌어가면 열 식구는 너끈히 먹여 살린다고.. 이미 직원도 식당의 규모보다 넘치게 일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고도 치고, 월급을 받으면 3-4일동안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말씀을 하시면서도 내쫓기는 커녕 오히려 인터넷이나 운전 기술 등을 가르쳐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하니 정말 놀라우신 분이었다. 병으로 쓰러진 직원들이 며칠 있다 맥없이 죽는 것을 몇 번 보신지라 어디가 아프다는 직원은 병원에 데려가 반드시 정밀진단을 받게하고, 수술이 필요하던 한 직원은 무려 한국까지 데려가 수술까지 시키셨단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고생하신 이야기, 여기와서 폭동나서 대사관에서 대피하라고 하는데 오히려 직원 찾으러 나가신 이야기 등등 뭐 주옥같은 사연들을 여기 있는 동안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대단하신 것은 자신이 한 일을 생색 내기도 싫어하시고,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절대 종교 얘기를 하지 않으신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엉터리 선교사들은 식당에 얼씬도 못 하게 하신단다. 별 것 아닌것 처럼 하시는 매 이야기가 우리로서는 놀라움의 연속이고 과연 그 중에 하나라도 우린 실천 할 수 있을까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묵묵히 행동으로 보여주시던 이경옥 사장님. 인생에 절대 잊지 못 할 분이다.

사장님이 가져다 주신 눈물의 한국빵과 보리차


매일오던 비가 잠깐 그쳐 정원으로 산책
한국가든에 들어있던 기념품 가게

식당이 실내가 아니라 이렇게 하나씩 hut으로 되어 있어 운치있었다

밥 지겹지? 하시면서 오늘 점심은 특식으로 치킨 ㅋㅋ

저녁으론 우리가 이곳에서 먹은 여러 요리중 favorite으로 꼽게 된 오삼불고기

밥까지 볶아 먹었다!!!

그리고 세상 그 어떤 커피 보다 맛있던 한국가든의 커피.. 정성이 어떻고 그런것 보다 진짜  비싼 100% 블루마운틴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