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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고 마지막으로 민박집에서 편히 해주는 한국음식으로 아침 먹고 며칠간 정들은 이모님, 사장님 등등 눈에 보이는 모든 분들께 인사드리고,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를 타러 Gare du Nord역으로 떠났다.
12월 31일 부터 3월 31일간 마케도니아에서 있던 3-4일을 빼고 간당간당하게 최장채류기간인 90일을 거의 다 채우고 고맙게도 쉥겐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영국으로 가게 되었다. 지하철안에서 그동안 즐겁고 힘들었던 유럽에서의 3개월을 추억하며 향수에 젖어있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주머니에서 3년된 내 블랙잭을 꺼내어보니 60유로를 결재했다고 문자가 온것이었다. 난 지금 지하철안이고 최근에 예약한 것도 없는데 뜬금없이 뭐가 긁혔나 잠시 생각을 해 봤더니 황당하게도 며칠전 우리를 엿 먹였던 암스텔담의 짱깨가 운영하던 호텔에서 양심도 없이 no show로 페널티를 긁은 것이었다.
카드 기계가 없어서 현금만 된다던 것도 역시 생구라였고 정말 일말의 가책조차 느낄수 없는 짱깨들이었다.
열이 확 받아 당장 이것을 신용카드 회사와 booking.com에 연락을 해야겠다며 분노에 젖어 있는 찰나 우리가 환승을 해야 하는 역에 다와 씩씩거리며 짐을 들고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청바지 앞 주머니에 있던 내 지갑이 없어진것을 알아챘다. 순간 당황한 것은 기본이고 결국 달룡이만 내리고 난 한 역을 더 가며 행여나 내 지갑이 떨어져 있지 않나 주변을 찾아봤지만 당연히 있을 리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의심이 가도 지하철을 멈춰세우고 짐을 뒤질 수도 없고 범인이라면 당연히 벌써 내렸을 것 같아 자포자기하여 다음역에 내려 다시 환승을 해야 하는 곳으로 돌아와 유로스타를 타러 갔다.
며칠전 달룡이가 마드리드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을때 구박을 좀 했었지만 나보다 인내심 많은 달룡이는 고맙게도 침묵을 지켜줬다.
달룡이는 지하철에서 내려서도 어안이 벙벙한 나를 거의 장님 모시고 가듯 유로스타를 타러 데려가줬다. 우린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현금을 최소한으로 갖고 다니는지라 현금은 10유로밖에 안 들어 있던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달룡이와 둘이 지갑 한 번씩 소매치기 당하고 현금을 총 10유로 잃어버렸으니 나름 선방했지만 문제는 잃어버린 카드들이었다. 내 신용카드 두장은 물론이고 현금카드 두장까지 잃어버렸다. 다행이라면 가장 중요한 운전면허증은 복대에 들어있었고 지난번 분실했던 달룡이의 신용카드 두 장은 바로 엊그제 파리에서 페덱스로 받아두었기에 신용카드 두 장은 정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었다. 대체 왜 자주 쓰지도 않는 atm카드는 두장 모두 지갑에 넣어놨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출발할때 달룡이 명의와 내 명의로 시티뱅크 계좌를 하나씩 만들고 두장씩 발급받은 후 하나 하나씩 서로 갖고 있었는데, 달룡이는 저번 지갑 소매치기 당할 때 잃어버렸고, 그때라도 내가 갖고 있는 카드 중 한장이라도 복대에 넣었어야 하는데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결국 오늘부터는 현금을 뽑을 수 있는 atm카드가 전무해졌다.
암튼 가장 급한게 신용카드 정지인지라 비싼 로밍 전화로 카드사들에 전화를 걸어 정지를 하느라 나중에 보니 3만원 정도 나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암튼 런던행 기차에 올라타기 전에 두 카드사에 모두 전화를 하고 당장 급한 처리는 다 하고 EU출국도장, 영국 입국 도장을 모두 무사히 받고, 여전히 정신은 어리버리한 채 런던으로 출발을 했다. 원래는 영국이 입국심사가 유럽에서 조금 까다롭다 하여 그걸 신경써야 했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어쨋건 기차에 올라타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 보니 두어시간 후 런던에 도착을 했다.
이미 영국 입국 도장을 파리에서 받은지라 내려서는 바로 짐 끌고 역으로 걸어나와 시내버스 패스를 사러 갔다.
Oyster Card라고 불리우는 런던 교통카드는 한국 T머니처럼 카드를 사서 충전을 해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편히 탈수 있었다. 다만 지하철 탑승비와 버스비가 다르고, 그날 쓸수 있는 cap이 달라, 환승및 어느것을 타는게 나을지 많은 연구를 해야 싸게 탈수 있었다. (간단하게는 버스만 타는게 제일 싸지만, 버스는 루트 등에 제약이 좀 많았다)
다행히 우리가 내린 St Pancras역부터 우리가 오늘 있기로 한 숙소까지는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저렴히 갈수 있었다. 버스 카드를 살때는 물론이고 밖에 나와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영어밖에 안 보이는게 드디어 언어의 압박에서 벗어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버스는 40분을 달려 워털루 역 근처의 우리의 숙소 근처에 도착을 했다.
영국에서 처음 이틀간 있을 곳은 러브 액츄얼리란 아주 깜찍한 이름의 한국 민박집인데 다른 민박집과는 운영방식이 많이 달랐다. 우선 가장 중요한 식사를 전혀 주지 않고, 상주하는 운영자가 없기에 개인 터치가 별로 없는 곳이라 하여 예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 룸이 dorm과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외국 호스텔 가듯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근처에 버스에서 내려 사장님께 전화를 드리니 가는 방법을 알려주신후 게이트맨 같은 lock의 비밀번호를 알려줘 버튼을 누르고 들어갔다. 우리방은 작은 더블룸이라 짐을 넣으면 공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워털루역 바로 옆의 좋은 위치에 개인 방에 저렴한 가격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무료 식사 제공이 안되는 대신 라면을 60펜스라는 우리가 다닌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가격에 살수 있고, 쌀은 언제나 구비되어 있어 원할때 아무때나 밥은 무료로 해먹을수 있어 3시쯤 도착한 우리에겐 너무나 좋은 서비스였다.
암튼 맛 있게 라면을 끓여먹으며 나의 카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 당장은 달룡이 카드 두장이 있으니 괜찮은 것 같지만, 특히나 렌트카를 할때 내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가 없으면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3일후 렌트를 해서 스코트랜드까지 일주일간 다녀올 계획이기에 당장 카드가 필요했다. 민박집 가장 좋은 것이 어디든 기본으로 무료 와이파이가 되어 다시 카드사들에 전화를 해보니 마스터카드는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카드(임시카드)가 발급이 된다고 했다. 응급카드는 여행이나 출장중 우리처럼 신용카드를 잃어버리면 한국의 카드사가 아닌 마스터카드 본사로부터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바로 발급해 보내주는 서비스라는데 우리도 이번이 이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비자카드는 응급카드 서비스가 없다고 했다)
현대카드에서는 친절히 "응급카드"를 받으려먼 내가 직접 마스터카드 본사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을 해줬고, 바로 마스타카드 본사에 전화를 해서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내 카드 번호를 알아야 쉽게 조회가 된다는데 카드번호가 기억날 리 만무했다. 그래서 발급은행이 어디냐길래 "현대카드"라고 했더니 미국에서 차 살 때 만드는 은행과 자동차 회사가 연계된 그런 카드인 줄 알고 자꾸 은행을 물어 곤혹스러웠다.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은행자체가 현대카드라 말을 해줘도 그런 건 없다길래 현대카드보고 직접 전화를 하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영수증에 번호가 일부 찍히는 것을 생각해내고 그동안 모아온 영수증들을 다 펼쳐놓고 카드 번호들을 조합해 불러줘서야 해결을 했다.
카드는 오늘 발급하면 내일 모레까지 받을수 있다기에, 살았구나 싶었지만 카드를 발급하려면 해당 카드사인 현대카드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이 지금 은행업무 시간이 아니라 전화연결이 안되니 몇시간 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결국 오늘은 어디를 나가지도 못 하고 현대카드와 마스터카드사에 몇시간에 거쳐 전화를 주고 받다가 결국 영국 미국 한국을 연결해서 3way call까지 하고 나서야 승인이 났다. 이제 다 끝났구나 싶었지만 문제는 내일 모레 발급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지나 그때까진 못 나오고 그 다음에는 부활절 휴일이라 차를 렌트하기 전까지는 카드를 받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렌트카를 빌릴 수 있는지 자체가 모두 불투명해져 영국에서의 일정에 대해서 모두 예약을 못 하고 4월11일 아침 아일랜드로 건너가는 비행기와 그 전날 밤 공항 근처에서 1박하려는 호텔만 예약이 가능했다. 내가 혹시라도 내일 모레까지는 절대 안되냐고 했더니 내가 1000불이 넘는 overnight delivery fee를 내야 한다길래 바로 깨갱했다.
결국 가장 확실한 공항 근처 예약해놓은 holiday inn express로 카드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고 아침부터 이어진 뒷처리를 밤이 되서야 마무리 할 수 있었고 가만히 앉아서 전화만 하다가 녹초가 되어버렸다. 비자카드는 응급카드같은 서비스는 없다기에 어쨋건 우선 재발급을 해서 달룡이네 친정으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며 네덜란드 호텔에서 긁은 건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해외 사용한 건에 대해서 이의제기 신청을 하려면 해당 카드를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고 한다. 만약 내가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으면 이것도 매우 고민이 되었을텐데 고민을 덜어준 소매치기놈한테 감사를 드린다.
ps. 당연 booking.com에도 연락을 했는데, 어이없게도 자기네는 중간 역할만 하는 것이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호텔측과 알아서 해결하라는 어이없는 대답을 들었다. 이 사건 이후로도 많이 이용을 하긴 했지만 호텔 예약사이트로서의 신뢰도는 최악이다. 다른 사이트와 같은 가격이면 절대 북킹닷컴은 피한다.
pps. 카드사로부터는 이의 제기 신청을 하고 두달인지 후 내가 이겨 돈 낼 필요가 없다는 반가운 뉴스를 들었다. 암스텔담의 Hotel Mevlana 확 망해버려라 거지 세끼들
이미 지갑 잃어버린 후 런던행 유로스타 앞에서
자리가 조금 좁고 비행기보다 싸지도 않지만 시내 중앙에서 탈수 있다는 편리함에 이용하게 되는 유로스타
오는 내내 지갑를 잃어버린 슬픔에 빠져 있다
그래도 영어하는 사회에 온 것에 안도감이 드는 런던
개인 방이 주는 편안함+좋은 위치가 작은 단점들을 커버해주는 러브 액츄얼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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