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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CETERA (0)
델리로 올라오는 기차안에서 오랜만에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조용히 잘 자는가 싶더니 밤 한시 정도 중간 쯤 되는 자이푸르 지역에서 올라탄 두 연로하신 현지인이 우리의 숙면을 방해했다.
한눈에 딱 이곳을 탈 사람들로는 안 보이는 두 사람은 새벽 다섯시쯤부터 일어나 자신들의 종교의식인지 웅얼웅얼 하고 체조 비슷한 짓을 하더니 기차가 도착하기 한시간 전 쯤인 여섯시 정도부터는 이불을 개고 자기네 짐 가방에서 손바닥만한 라디오를 꺼내 온 동네가 떠나가라 듣기 시작했다.
라디오나 똑바로 나오면 덜 거스릴텐데 거의 소리를 알아들을수 없을 정도로 지지직 거리는 라디오를 창가에 바싹 붙여 안테나를 만져가며 비상계엄령이라도 나오는 듯 열심히 들으며 민폐를 끼쳤지만 주변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 상황에 우리도 꾹 참고 어렵사리 갔다.
델리에는 주요 역이 세개가 있는데 뉴델리, 올드델리, 니자뭇딘역이 행선지에 따라 기차가 정차한다.
우리가 가는 역은 올드델리역으로 가장 북쪽에 있어 델리의 남쪽 서버브인 구르가온으로 가야 하는 우리에겐 가장 멀었지만 초이스는 없었다.
새벽 여섯시 반 쯤 올드델리역에 내린 우리는 그래도 수도라는 델리의 주요역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다른 역과 다를바 없는 올드델리의 모습에 경악했다. 게다가 출구 방향을 반대쪽으로 잘 못 나왔는지 역의 풍경은 지방역만도 못했다. 그래도 툭툭들이 모여 있으니 가서 흥정을 해보기로 했다.
오래된 차라도 미터로 가는 택시가 사방에 깔린 뭄바이와 달리 역 주변에는 미터가 달렸지만 미터로 절대 가지 않는 툭툭밖에 없었다. 뭄바이는 공해때문에 시내로 못 들어오게 막았는데 그나마 델리 툭툭은 lpg라는게 나은점인듯.
암튼 미터 가격의 두배 이상인 350루피에 구르가온까지 가기로 협상하고 끔찍한 올드델리역을 벗어났다.
다행히 올드델리를 벗어나 뉴델리로 들어오니 공원도 많이 보이고 소도 몇마리 안 보이는게 뭄바이보다 한 세배쯤 깔끔했다.
그런 길을 삼십분쯤 달려 고속도로로 들어서 이십분정도 더 달리니 구르가온에 도착했다.
올드델리(상) 뉴델리(하)
구르가온은 우리나라 분당쯤되는 델리의 suburb로 phase i phase ii 또는 sector로 구분되고 개발되고 있는 도시였다.
우리 숙소는 그중 가장 먼저 생긴곳으로 추정되는 phase i에 있는 파크레인이라 하는 자기네들은 부티끄호텔이라 하는 곳이었다.
구르가온 전체를 신도시라 하기엔 개발구역을 한발자국만 벗어나도 논밭 비슷한 곳들이 나오고 소들이 쓰레기를 줏어먹고 있는게 인도였지만 각 phase는 gated community로 그안은 블록화 되어 있고 슈퍼 은행 식당 등이 모여 있는 mall도 들어있어 외국 중산층 주거단지처럼 보였다.
제대로 된 간판하나 없는 우리 호텔을 찾기위해 삽질을 좀 했지만 어쨋건 여덟시도 안되어 온 우리에게 방을 기꺼이 준 파크레인은 275루피 게스트하우스에서 온 우리에겐 너무나 멋졌다.
예약할 시에는 3박이상을 하니 익스피디아에서 할인을 꽤 해주어 하룻밤에 아침 포함 약 50불 정도였고 게다가 인터넷이 무료라는 이유 만으로 한 곳이었는데,
에어컨, lcd tv, 쌀살한 델리에선 꼭 필요한 뜨거운물까지 냉장고와 금고외에는 필요한 것은 모두 구비되어 있었고 방 인테리어나 샴푸등 amenity도 흠 잡을게 없었다.
단지 문제라면 앞 서 말한 냉장고가 없다는 것과 (expedia설명에는 request하면 준다 되어 있지만) 차가 없는 외국인으로써 phase i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체크인후 조드푸르 인터넷카페보다 한 다섯배 정도 빠르고 잘 터지는 인터넷으로 가족에게 전화도 하고 업데이트도 좀 하다가 구르가온에는 우리가 그렇게 뭄바이에서 찾아 헤맨 쇼필몰들이 대여섯개 되는걸 확인하고 그중 제일 가까운 dlf mega mall을 가보기로 했다.
dlf는 민영인지 국영인지 모르겠지만 구르가온은 물론 델리의 상당 부분을 건설하고 있는 회사였다. 우리가 있는 곳의 명칭도 dlf city phase i 이었다.
호텔을 나와 phase안에 중심 길까지 걸어나왔는데 택시는 커녕 툭툭한대 없었고 유일한 대중교통은 사람이 삼발자전거를 끄는 사이클릭샤인데 비인간적으로 보여 타기 싫었다. 특히 코끼리 타는것도 반대하는 우리 와이프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꾸역꾸역 페이즈앞에 게이트까지 걸어나왔는데도 서 있는 툭툭은 커녕 지나가는 것도 한대 없어 좌절했다.
한 2키로쯤 직선으로 떨어져 보이는 메가몰에 결국 빈 툭툭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사이클 릭샤를 잡아 십루피를 주고 갔다.
무단변속인 고물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아저씨의 외소한 등짝이 안스럽고 미안했지만 나름 잘 포장된 평지이고 속력을 받기 시작하니 잘 달렸다. 역시 포기하면 편하다.
도착한 메가몰은 사진도 못 찍게하는 상엄한 경비와는 다르게 들어가보면 매우 현지몰스럽지만 그래도 있을건 다 있었고 현대택배 인도지사 사무소도 들어있었다. 세시쯤되어 늦은 점심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 또 중국음식을 먹으러갔다.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인이 일하고 중국음식만 있는 전문식당으로 인도에서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꽤 테이블이 차 맀던 골든드래곤은 음식맛도 당연히 그동안 현지식당서 먹던 중국음식과는 다른 음식이었으며 식재료도 수도 델리라 그런지 훨씬 신선하고 풍부했다. 물론 가격은 세배비싸 둘이 먹고나면 천루피 정도 나오니 이만오천원이면 한국과 차이가 안난다.
밥을 먹고 다른데도 가볼까 하다 새벽에 잠을 설친 달룡이가 피곤하다 하여 지하에 있는 슈퍼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슈퍼수준은 뭄바이나 아메다바드에서 갔던 거랑 큰 차이가 없어 약간 실망스러웠다. 돌아올때 역시 사이클인력거를 탔는데 분명 15루피라 듣고 탔는데 내릴때 안스러워 20을 줬더니 50이라 했댄다. 싸움박질을 하다 막무가내인 거지+사기 근성에 그돈 다주고 내렷다.
그래도 호텔방만 돌아오면 인터넷도 되고 오분 걸어가면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있고 툭툭의 경적소리 하나없는 고요함에 뭐하나 바랄게 없었다, 냉장고만 빼고.
예약한 expedia사이트를 랩탑을 통째로 들고 가서 보여줘도 죄송하다고 냉장고는 suite룸에만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데로 옮길 생각도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뭐 델리는 시원하니까..
호텔직원들은 호텔 직원이라기보단 부잣집 하인 스타일인데 크게 귀찮게 구는 것 없이 친절히 일을 잘했으며 어이없게 방에 청소하는 팁으로 놔두고 간 20루피도 가져가지 않을 정도로 순박했다.
아침마다 주는 공짜 아침도 매우 훌륭했다. 부페는 아지만 커피 주스 우유 시리얼 계란 빵 죽 현지식 아침등을 마음껏 시켜 먹을수 있었으며 주스도 싸구려 물에 타는것등이 아닌 개별 포장된 트로피카나를 줬다.
두번째 날은 인도에서 가장 크다 하는 ambience mall을 갔는데 호텔서부터는 8키로 정도로 자전거를 타고 갈 거리는 아니엇지만 택시는 없고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달라하니 300루피라는 어이없는 가격에 호텔에서 걸어나와 사이클릭샤를 80에 주고 갔다.
Ambience Mall. 앞에 보이는 공터는 더 큰 몰이 들어올 예정인 부지이다. 명칭은 Mall of India
인도 최대의 몰이라는게 거짓이 아닌듯 몰은 상당히 컸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패스트푸드도 도미노스 피자헛 맥도날드 서브웨이 KFC등 이나라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거의 다 들어와 있었으며 고급 식당가부터 백화점까지 상당히 잘 갖춰져 있었다.
이나라의 쇼핑몰의 특징이라면 현지의상을 판매하는 샵과 침대보 같은 Fabric을 판매하는 샵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좋은 몰 답게 판매하는 침대시트도 20만원 가까이 할 정도로 외국 대비해도 싸지 않다.
거기서 우린 선물 몇개 쇼핑도 하고 이나라 와서 들은 현지 노래 중 가장 감명 깊은 Tum Mile 사운드트랙 cd도 샀다.
툼밀레는 11월15일 개봉하는 영화의 ost인데 타이틀인 Tum Mile가 상당히 좋다 현지멜로디도 많이 배제되었고 세련된 사운드가 그동안 들어본 이나라 음악과 상당히 다르다.
쇼핑후 Quentin Tarantino의 신작인 inglourious Basterds도 봤는데 이나라의 cgv라 할 수 있는 가장 큰 극장 체인인 pvr중 좋은 극장인 pvr premiere이었는데 가격도 한사람당 6000원 가까이 하는게 한국가격 빰 치더니 시설도 상당히 훌륭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민족 특성덕분인지 스피커가 상당히 좋았으며 스크린 사이즈도 매우 컸다. 하지만 역시 자리는 맨 뒤에 옹기종기 붙어 보게 줬다. 표끊을때 중간 앞자리로 달라해더니 중간좌석으로 뒤에서 세번째 줄이었다.
그래도 여긴 마음대로 빈자리에 앉는건 뭐라 하지 않아서 우리마음대로 앞에서 여섯번째에 앉아 만족스런 자리에서 현지인들의 소음없이 편히 봤다. (이 인간들처럼 시끄러운 민족은 중국인 다음 처음인듯. 극장에서도 전화 다 받고 벨 울리고 애 울고 심지어 극장직원 이 주문도 받으러 다닌다 )영화도 매우 재밌으니 강추,하지만 외국영화도 현지영화처럼 중간에 잘르고 인터미션 시간을 주는데 스리랑카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데서나 대충 잘라 아주 짜증난다. 영화보고 태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음식을 한다고 뻥치고 현지 중국식같은 부페를 먹고 돌아왔다. 한국음식이라고는 정체불명의 빨간 소스가 흐르는 김치 하나 있었다.
일요일인 세쨋날에는 다른 몰인 메트로폴리탄 몰을 가려고 나섰는데 호텔 대문앞에서 달룡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아침 식당에서 한번 인사한 신사처럼 보이는 현지인 아저씨가 있어 인사를 했다. 알고보니 그 사람이 이곳 사장이었는데 자긴 집은 뭄바이고 여긴 이 호텔을 구개월전에 오픈해서 왔다갔다 한다고 한다. 어딜 가냐길래 그 몰 간다니까 자기도 그쪽 방향이라며 무려 승용차로 태워다 주신단다.
인력거랑 말 싸움안해도 되니 이렇게 고마울때가 없었다. 비록 마티즈의 수출차인 스파크에 운전기사까지 딸려 좁았지만 그대로 이나라 와서 가장 쾌적하게 움직여봤다. 아저씨랑 차안에서 이것저것 얘기하다 불편한것은 없냐길래 모두 너무너무 좋다고 입에 침을 발라가며 칭찬을 한 담에 근데 냉장고가 없는게 조금 불편하다 했더니 no problem이란다. 이분은 천사다.
앰비언스몰말고는 사실 그닥 별것 볼 것 없는 몰들을 몇개 구경하고 가구점까지 구경하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보니 창고에 있던 냉장고가 하나 와 있을 줄 알았는데 방을 바꿔 주신댄다, 냉장고 있는 suite room으로.
우린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일분만에 짐을 후딱 싸서 이사갔다.
수이트룸은 사실 고급이라 하기엔 조금 어설프지만 우리가 있던 딜럭스룸에 거실과 딸려 방 두개를 붙인것 같은 구조에 중간에 키친이 있어 냉장고뿐 아니라 쿡탑과 전자렌지까지 있어 레지던스같은 곳이었다.
어쨋건 우리가 있던 방 값의 두배 되는 곳이었고 냉장고가 있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편안히 나머지 이틀을 보냈다.
넷재날인 월요일은 원래 델리 시내로 나가 이란 비자를 받으려 했지만 귀차니즘때문에 그냥 비자는 일주일후 델리에 다시 올라올때 받기로 하고 싸가지고온 옷 중 안 필요한것 몇개랑 선물 몇개 싸서 한국에 보내기로 했다. 설물을 좀 더 보충하려 앰비언스 몰을 다시 가기로 하고 우리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사이클릭샤를 잡아 앰비언스몰로 가자 했더니 첫날보다 좀 싸게 80에 흥정이 되서 기분이 좋았으나 그것도 잠시 뿐.
다른 몰인 사하라몰에 데려다 놓고는 쇼핑센터 가자 그래서 왔으니 내려라하고 거기서 다시 잡아탄 놈은 어딘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100불렀다가 50에 흥정하고 타라 해놓고 이상한데 와서 지는 더 이상 모른다고 멀리 왔으니 돈 더 달라 하는데 한대 칠뻔 했다. 그래서 다시 육교로 고속도로를 건너 다시 30내고 왔다.
이제 더이상 우리에게 인력거들에 대한 자비는 없다.
그렇게 다시 앰비언스몰을 들러 살것 사고 피자헛을 갔다. 피자헛은 슈프림등 일반적인 피자는 거의 없고 베지테리언들을 위한 야채위주 피자나 현지향이 강항 탄두리 피자등이 주로 있어 가장 기본인 페퍼로니피자를 먹었다. 페퍼로니를 제외한 'non-veg' 메뉴들은 모두 치킨이었다. 탄두리 치킨, 치킨 소세지, 스파이시 치킨 등등.. 맥도날드나 피자헛이나 스리랑카정도로만 현지메뉴와 오리지널 메뉴가 섞여 있으면 좋겠으나 이나라는 너무 현지메뉴위주라 아쉽다.
밥 다 먹고 살것 다 사고 나와보니 문제는 주변에 우체국이 없었다. 내가 모르는 곳은 절대 모르는 이나라 툭툭 운전수들은 전혀 도움이 안되고, 처음갔던 집근처 메가몰에 현대택배 인도지사가 있던걸 기억하고 가보니 자기넨 개인소포는 안한다한다.
어쩔수없이 포기하고 집 근처에 와서 인터넷카페에 기차표등을 프린트하러 갔더니 거기 대화중에 우체국 얘길 듣고 어디 있냐니 바로 길건더면 있었다. 기쁜 마음에 냉큼 달려갔지만 네시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우편업무는 끝났으니 다음날 오라고 한다. 다음날엔 우린 새벽에 자이푸르 가야하는데.. 어쩔수 없이 자이푸르로 싸들고 가서 부치기로 하고 호텔에 돌아가 짐을 싸고 정든 이곳 파크레인에 작별인사를 했다.
별것 한것은 없지만 가장 보고 싶던 변화하는 인도의 중산층들을 옅볼수 있는 기회였다. 아직도 밖에는 소가 도로를 지나가며 똥을 싸고 그 옆에는 자전거인력거가 멀쩡한 새차와 함께 달리지만 이 모든 것이 지금의 인도를 대표하는 풍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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